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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Framing)- 김희진(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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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임대아파트랑 그냥 아파트랑 다른 거야?” “왜?” “친구들이 그러는데, 나는 임대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자기들이랑 같이 놀 수가 없대. 엄마 아빠는 가난하고, 우리 이웃집에는 범죄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대.” “…….” 요즘 같은 세상에도 아직 이런 일이 있느냐고, 계급사회를 풍자하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촌극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진주에서 발생한 참혹한 사건 후 빚어진 상황이 이와 묘하게 겹쳐진다.

    ▼안인득이 저지른 방화·살인사건으로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여러 사람이 몸과 마음을 다쳐 힘들어하고 있다. 사건 직후 거의 모든 언론이 ‘진주의 임대(주공)아파트’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자 경찰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진주의 한 아파트’로 통일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은 임대아파트라는 표현을 중단했지만 사람들은 임대아파트에 제2의 안인득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며 불안을 호소했고 국토부와 LH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관리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레이밍(Framing)이란 고프만이라는 사회학자가 주창한 개념이다. 사람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거나 해석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 달라 자신의 가치와 관점에 따라 사회현상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이미 드러났다시피 진주 사건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심·관리 부실이 키운 참사였지만, 임대아파트에 대한 잘못된 미디어 프레이밍 때문에 첫 불똥은 임대아파트로 튀었다.

    ▼보는 눈에 따라 임대아파트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사는 열악한 공동주택일 수도 있고, 사회적 주거약자를 위한 복지를 실현하고 천정부지 뛰는 집값을 잡을 최고의 주택정책일 수도 있다.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프레이밍한다. 반대로 사고의 틀이 언어를 프레이밍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 프레이밍되는 순간 그 프레임의 바깥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오류가 생긴다. 그래서 말과 글은 무섭다. 고민 없이 말과 글을 내뱉기 전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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