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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레이와 시대’의 개막- 이상규(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9-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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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을 가면 몇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든다. 먼저 외형적으로 보이는 일본은 선진국답게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도시가 깨끗하고 잘 정비돼 있으며, 길거리서 만나는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

    하지만 아베 수상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올해도 공물을 보내는 등 끊임없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틈만 나면 평화헌법을 고치려고 하는 일본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이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개인적으로 만난 일본인들은 대부분 다정하고 온화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고, 자국 내에서 극우 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을 주도해온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매우 지성적이고 양심적이었다. 반면 극우 인사의 혐한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 일본인에 대한 거리감을 느낀다.

    일본은 5월 1일부터 ‘레이와(令和)’라는 새로운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와는 ‘헤이세이(平成)’ 다음에 쓰이는 일본의 연호이다. 헤이세이는 일본의 제125대 왕인 아키히토의 퇴위로 인해 2019년 4월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1일에 일본의 제126대 왕으로 즉위하면서 레이와 원년으로 개원한다. 일본 헌정 사상 최초로 왕의 생전 퇴위로 개원한 예이다.

    헤이세이 앞의 연호는 ‘쇼와(昭和)’였으며, 1926~1989년까지의 64년간 일본의 히로히토 일왕 시대를 말한다. 1989년(쇼와 64년) 히로히토 일왕의 죽음으로 쇼와시대는 막을 내렸으며, 이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하면서 헤이세이 시대를 맞았다.

    아키히토 일왕(1933년생)은 태평양전쟁의 수뇌 역할을 한 히로히토 일왕의 장남이지만, 아버지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한 번도 찾지 않았으며, 중국과 필리핀 등 일본이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본 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했다. 그의 연호는 ‘평화를 이루다’는 뜻의 ‘헤이세이(平成)’였고, 재임 31년간 일본은 전쟁없는 평화의 시대를 구가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중 한결같이 약자에 대한 관심,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줬다. 새로 출범하는 나루히토 일왕의 메시지 역시 ‘평화’를 강조해 온 부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남에는 아직도 일제시대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시행 후 처음 실시한 조사를 보면, 경남의 원폭 피해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8월 기준 대한 적십자사에 등록된 피폭 생존자는 2283명이고 이 중 경남이 725명(31.8%)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부산 504명(22.1%), 대구 326명(14.3%) 순이다. 이는 거리상 가까운 영남지역 사람이 일제시대 히로시마에 많이 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마도는 날씨가 좋으면 부산과 거제도에서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지리상 가까운 나라이다. 양국 관계가 좋을 때 일본은 거리 만큼이나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이다. 레이와 시대를 맞이해 한국과 일본이 정말 ‘사이좋은 이웃’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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