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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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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신돈의 위민정신을 되새기며- 김영일(수필가)

  • 기사입력 : 2019-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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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말 정치 소용돌이에 휩쓸려 무참히 부서져 버린 고찰, 옥천사(玉泉寺)가 있었던 옛터를 찾았다. 650년 세월을 거스른 시간이 멈춰 버린 그런 곳이었다.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기와 파편과 깨어진 옥개석들이 여기가 절터였음을 말해 줄 뿐, 그저 산자락에 불과했다. 4월 하순이라 신록의 잎사귀들이 나그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반겨줬다.

    원(元)나라의 내정 간섭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에게 땅을 되돌려 주고 노비가 된 사람을 양인 신분으로 환원시켜 주는 등 백성을 위한 정책을 시도했던 정치 선각자가 영산현 출신의 승려 신돈(辛旽)이다.

    그의 개혁은 거침이 없었고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왕비(魯國大長公主)가 죽은 뒤, 심신이 미약해진 공민왕의 변심과 그를 싫어하던 척신(戚臣)과 권문세족의 모함 때문에 목숨을 잃게 돼 개혁은 미완으로 끝났지만 백성들은 성인(聖人)이 나타났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요즘은 가계 부채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고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영세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마저 수출과 내수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또한 청년실업 증가와 일자리 부족, 고용 불안까지 겹쳐 국민 경제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을 간구하고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수수방관하고, 국회는 패스트트랙(fast track)에 발목이 잡혀 식물국회가 돼 버렸다. 더욱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충돌은 날로 첨예화되고 있는데, 위정자들은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어서 더욱 안타깝다.

    불교 국가 고려의 승려였던 신돈이 성균관을 중영하고 유생을 양성해 국정에 참여시켰던 담대한 용기와 포용력을 되새기며, 국정을 책임진 분들에게 관용을 베풀 것을 주문한다. 위기가 직면했을 때는 피아(彼我)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 편 가르기는 더욱 안 된다. 모든 정치 지도자에게 신돈의 위민(爲民)정신을 되살려 역지사지할 것을 당부드린다.

    김영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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