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춘추칼럼] 장기전은 비핵·평화를 하지 말자는 것-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05-03 07:00:00
  •   
  • 메인이미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후 두 달여가 지났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이면서 중재자인 우리의 당초 목표는 하노이 회담에서의 합의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포함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평화체제 일정표를 앞당기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채택이 불발됨으로써 이러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늘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잘될 것도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지난 하노이 회담은 결과물 없이 종료되었지만 북미 양측의 주장이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주 우리는 4·27 판문점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이하였다. 결론적으로 4·27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평화 발전에 기여한 점은 정당히 평가받아야 한다. 2017년 북미간 충돌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 합의한 점이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상시협의 틀을 만든 것은 주요한 성과이다. 체육, 문화, 종교 등 사회문화 분야의 민간교류가 활성화된 것도 중요한 진전이다.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 선언이 담긴 의미와 내용을 감안할 때 남북이 앞으로 견지해야 할 장전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다시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북한은 정세가 유리하지 않은 국면에서는 남북관계에 속도조절을 시도해왔고 통미봉남을 통해 우리와의 대화를 배제하려 하였다. 반면 우리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대화를 병행해 나가는 입장에서 두 가지 트랙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상황을 관리해 왔다. 북한이 앞으로 남-북-미 협상 구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통미봉남으로는 안 된다. 남북관계에서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있는 경제협력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해 나감으로써 남북관계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비핵화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제3차 북미정상회담의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 우선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상 차원의 만남을 통해 다음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양측은 지금 협상장 밖에서 날선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협상 실무를 관장하는 실무대표들끼리 맞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양측 실무대표들이 앞으로 만날 수 없다. 북미 모두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를 십분 활용하여 다시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하는 명분과 실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조급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 북핵 협상 30년 동안 우리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꼈다. 무수한 협상의 과정 속에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는 적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놓쳐 30년이 흘렀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 때가 그랬고, 9·19 공동성명 이후에도 그랬다. 시기가 늘어지게 되면 상수보다는 변수가 많아진다.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비핵화 협상은 포괄적인 합의와 압축적인 단계를 통해 일거에 끝내야 한다. 협상 시간이 지연되면 주변국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당사국들의 리더십이 바뀐다. 협상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명분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협상의 동력이 약화된다. 냉전해체는 개혁개방론자인 고르바초프가 당시 소련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여건이 마련될 수 있었다. 독일통일은 동독 변혁기에 콜 총리가 주변국들을 설득하면서 통일의 기회를 살려나갔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면서 대선 때까지 핵동결 국면을 끌고 나갈 것으로 보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시한을 설정해 놓고 미국의 입장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

    올해가 지금까지나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 향배를 가를 중요한 타이밍이다. 올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어 비핵화 방식에 있어서의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고 비핵화에 따른 신뢰조치가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미 모두 장기전에 대비할 만큼 타이밍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남북미 모두 국내정치적인 요소를 뛰어넘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