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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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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죽음까지 외로운 삶 늘어나는 고독사 (하) 대책

“법적 연고자 외에도 장례 치르도록 해야”
현행법상 가족만 장례연고자 허용
가족관계 단절땐 무연고사망자로

  • 기사입력 : 2019-05-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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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다가 사망 후에도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다. 사실상 가족에게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 혈연 중심의 관련법과 제도를 바꿔 장례를 치를 연고자 범위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창원에서 살고 있던 김기훈(65·가명)씨가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어릴 적 김씨와 헤어진 자녀들은 시신인수를 거부했다. 김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동거인은 직접 장례를 치르길 원했지만, 관련법상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아니어서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무연고 사망자로 행정처리돼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지자체가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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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7일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서 이웃주민이 상주를 맡아 공영장례를 치르고 있다./김해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 따르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노인의료복지시설의 장 등), 이밖에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이다.

    하지만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법적 연고자 이외 친구나 이웃 등 지인들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것을 꺼린다.

    장기간 가족관계가 단절된 연고자들이 망자에 대한 장례를 치를 의지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시신인수를 거부하면 망자는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규정된 혈연이 없을 뿐 죽음을 슬퍼할 지인이 있는데도, 법에서 ‘장례의 자격’을 협소하게 판단하면서 지인들이 망자를 애도할 권리를 빼앗고 무연고 사망자를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도 관계자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한정돼 있다. 이들이 거부하면 장례를 치를 수 없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장사 업무와 관련한 지침이나 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는 김해시처럼 무연고 사망자 처리권한을 가진 시·군 기초지자체가 공영장례조례를 제정한 뒤 장례 신청자에 법적 연고자 뿐만 아니라 이웃주민들을 포함해 장례를 치르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7일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서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한모(86)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상주는 이웃주민이 섰다. 이웃주민이 김해시에 공영장례 지원을 요청하면서다. 앞서 지난 2월 김해시는 경남에서 최초로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해당 조례는 공영장례 지원이 가능한 신청자를 연고자·이웃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도 장례와 관련해 망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 복지부 지침에 따라 장례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여타 지자체와 김해시가 다른 점은 장례서비스 자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고인에 대한 이웃주민들이 마지막으로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연고 사망자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빈곤,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른 가족해체가 있다. 단순히 가족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이니 대응 역시 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인의 장례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가족 내에만 한정짓지 말고, 지역사회가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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