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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오줌권- 김종민(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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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급 지체장애인이면서 인권변호사인 김원영 변호사가 쓴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밥은 사람들 앞에서도 먹는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하루 정도 굶어도 괜찮다. 오줌은 다르다. 급하다고 사람들 앞에서 눌 수는 없다. 미리 눌 수도 없다. 조금씩 나눠 누는 걸로 상황을 모면하지도 못한다. 내 지인은 모든 권리 가운데 ‘오줌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고 단언한다.”

    ▼소변 볼 권리가 박탈당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용변이 급한데 당장 화장실을 갈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나마 비장애인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순발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일상에서 크게 고민하지 않을 이런 문제들이 장애인들에겐 일상일 수 있다. 장애인들 중 방광염 등 배뇨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업무를 보면서 출장이나 현장근무, 회식 등 화장실을 가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그때마다 늘 고민인 것은 화장실 문제다. 어딜 가나 화장실 위치나 내부 시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불안하다. 그래서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곳은 장애인들이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너무나 큰 불편을 감수해야 가질 수 있는 이 권리를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오줌권’을 찾아주는 일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외출에 나선 그들이 화장실로 향하는 길에 있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치워줘야 한다. 그들이 현관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때 평범한 일상 속에 한 발짝 더 다가올 수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교육도 강화되길 바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통합교육을 통해 함께 지내며 일상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하도록 할 수 있다면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을 우리 사회가 더 많이,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글을 쓰는 내내 나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인식에 더 깊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김종민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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