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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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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날 우리에게는 ‘보릿고개’란 시절이 있었다. 지난가을 수확한 곡식은 바닥나고 햇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말한다. 최근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농가소득도 늘어나 보릿고개라는 말은 옛말이 돼버렸지만 연례행사처럼 찾아들던 농촌의 빈곤상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하지만 먹을 게 없어 굶주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또 다른 의미의 보릿고개 5월이다.

    ▼5월엔 이런저런 기념일이 많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다. 생일과 결혼기념일까지 더하면 챙겨야 할 행사가 몰아도 너무 몰아친다. 여기에 청첩장이라도 겹치면 ‘파산각’이다. 게다가 기념일과 관련해 연휴라도 이어지면 더욱 허리가 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갑이 얇은 서민들은 매년 근심이 깊어진다.

    ▼특히 5월 들어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가뜩이나 얇은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든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축소 결정으로 지난 7일부터 휘발유 가격이 ℓ당 65원 인상됐다. 지난 1일부터는 소주가 가격 인상에 합류했다. 소주와 함께 먹는 서민 대표 음식인 삼겹살 등 돼지고기값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맥주는 이미 지난달부터 가격이 인상됐다. 통계청이 집계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전년 동기 대비 0.6%, 전달 대비 0.4% 올랐다. 통계상의 안정세와 달리 체감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고 지출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지수’ 항목 중 식품이 가장 많이 올랐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 한다. 혹자는 가난의 달, 출혈의 달, 파산의 달이라고도 한다. 따뜻하고 풍성함을 느껴야 할 5월이 얇아지는 지갑으로 가슴 떨리는 날들의 연속이다. 허리끈을 질끈 맨다고 사정이 나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위로하기엔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해지는 건 아닐까.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라며 한숨 쉬는 서민들에게 분명 5월은 잔인한 보릿고개의 달이다.

    강희정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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