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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5무(無) 늪에서 벗어나야 성공한다-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19-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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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5년 단임제 국가에서 국민들은 집권 2년이 되면 초기에 갖고 있던 새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고 정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심판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45%로 김대중 전 대통령(49%)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취임 직후 80%대의 높았던 지지가 40% 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역대 대통령처럼 처음엔 화려했지만 종반에는 초라하게 전락하는 ‘시화종빈(始華終貧)의 정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급락했을까? 치명적인 다섯 가지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첫째, 약속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층만 챙기고 반대 층은 배제함으로써 통합과 공존의 길을 잃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아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탕평 인사 대신 코드 인사가 판을 쳤다. 둘째, 의욕만 있지 성과는 없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워주겠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73조8000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집행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는 창출되지 못했다. 핵심 노동력인 30~40대 취업자는 25만명이나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소득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37%나 줄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2%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잘 못한다’고 평가한 반면, ‘잘 한다’는 평가는 23%에 불과했다. 셋째, 적폐 청산만 있고 협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회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적폐) 청산이 이뤄진 다음,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면서 “살아 움직이는 적폐 수사를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과 보수 세력을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에 동조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 협치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대통령이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주장하면 이는 정치를 포기하고 힘으로 통치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럴 경우,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심화되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넷째, 자기 확신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것에 대해 무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의롭고 공정한 자신들만이 국민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잘못된 확신 속에서 ‘계도 민주주의’에 도취돼 있다. 더구나,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민주노총의 법치 훼손 방치, 인사 검증 실패 등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또한, ‘편의주의적 정의’에 매몰돼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정의를 내세우고 불리하면 관행을 들먹인다. 이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고 위선이다. 다섯째, 이념만 있고 실용은 없다. 경제, 외교·안보, 고용·노동에서 현실을 외면한 채 좌파 이념에 치중하면서 실리를 추구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과감하게 실천하고, 성과가 없는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뜨거운 협치를 하고, 내각과 집권당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어 청와대 중심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노선과 코드를 뛰어넘는 대탕평 인사를 단행하고,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실리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대통령은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바꾸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정책과 검증에 실패한 인사들에 대해선 추상 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성과, 실천, 협치, 책임, 실용 등의 가치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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