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6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위대한 GD를 위하여!- 황상원(창원대 대외협력팀장)

  • 기사입력 : 2019-05-13 07:00:00
  •   
  • 메인이미지


    며칠 전 초등학생 딸아이가 “아빠는 GD 같아요!”라고 했다. ‘GD’는 요즘 아이들 말로 ‘꼰대’란다.

    아니나 다를까, 40대 중반을 향하면서 남몰래 인터넷 ‘꼰대 테스트’를 해보던 터라 딸아이의 GD 진단은 퍽 신통했다. 아이들, 후배들의 말과 행동에 간섭하고 싶다는 욕망이 전차처럼 내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그야말로 ‘꼰대의 끝판왕’이었다.‘하나부터 열까지’ 자식들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으로 박사논문을 쓰시는 분 같았다.“머리 감을 때는 눈 감는 데 화장실 불을 왜 켜는지…(이하 생략)”는 실제 아버지가 자주 인용하는 문장 중의 하나였다. 그때마다 ‘나는 절대 커서 아버지 같은 꼰대는 되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되새기며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3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고, 나는 딸아이의 GD로 변신해 있었다.

    40년 몸담은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아버지는 곧 작은 회사에 들어가 칠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현역에 계신다. 때때로의 야간근무도 마다하신 적이 없다.쉬는 날조차 작은 밭을 일구어 고추며 상추며 따다가 출가한 자식들 집 앞에 두고 가신다. 조금 쉬시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 강퍅하신 성격은 여전하시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GD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신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노라 다짐하던 장남이 점점 더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어느덧 딸의 GD가 되어버린 나는 아버지의 ‘하나부터 열까지’가 깊이를 잴 수 없는 바다와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맨손으로 일가를 이루고 3남매를 키워 여기까지 끌어준 그 힘을 나는 꼰대라고 부르며 부끄러워했다.

    새벽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가벼워진 다리가 보인다. 나이 드신 꼰대의 노동은 젊은 새벽보다 아름답고 빛난다. 아버지가 더욱더 꼬장꼬장하게 늙어 가시면 좋겠다.

    사실 딸아이는 지드래곤(GD)의 빅팬이다. ‘삐딱하게’라는 곡을 특별히 애정한다. 평생 꼰대였지만 단 한 번도 삐딱하게 사시지는 않았던 아버지. 그 위대한 GD를 위하여!

    황상원 (창원대 대외협력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