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시론] 소득·소비 양극화와 생존전략-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 기사입력 : 2019-05-13 07:00:00
  •   
  • 메인이미지


    한국은 지난해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30-5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구상에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일제 수탈과 6·25전쟁을 겪은 최빈국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 양극화로 인해 체감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구 단위로 보면, 소득이 증가한 계층은 상위 60%까지이고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 가구 비중이 확대되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면서 저소득 가구당 취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소득도 하락했다.

    소득 양극화의 핵심은 일자리 양극화이고, AI(인공지능)와 자동화로 인해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게 되면 서비스업에서 그 일자리를 흡수해야 하는데, 압축성장 과정에서 공업화를 선택적으로 추진해 서비스업 기반이 취약해 흡수력이 떨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간임금 이하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계속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소득 양극화에 이어 소비 양극화도 도래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가구와 가전제품 매출이 급증하고 특급호텔 뷔페도 예약이 차고 있다. 한편 초저가인 다이소와 유니클로, 스파오 물건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반면 중저가 패밀리 레스토랑과 브랜드는 외면을 받고 있다. 구매 패턴이 양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지고 구매하고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는 것으로 초저가 브랜드들이 유행하는 이유이고,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말하는 것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전략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샌드위치, 커피 등은 전문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품질 즉 가성비 전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에서 명품의 구색이 높을수록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은 비싼 가격이라도 만족을 가져오는 가치 즉 가심비 전략이다. 소셜 미디어 확산으로 패션, 음식, 여행 등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을 남과 공유하기 때문에 가성비와 가심비 제품의 소비가 증대하고, 어중간한 가격과 가치를 지닌 중간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가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도 최저가 전략을 취하는 온라인 쇼핑과 명품 전략을 취하는 백화점 사이에서 어정쩡한 전략에 기인한 바도 크다.

    소득 양극화와 소비 양극화의 차이점은 소득 양극화가 빈부격차를 드러낸다면 소비 양극화는 고소득자가 명품을 사기도 하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제품에는 아낌 없이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1981~1996년생)는 전통적인 대량생산업체인 글로벌기업도 흔들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앞세운 기획력과 아이디어에 근거한 스타트업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랍면, 요괴라면 등 공장 하나 없이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중소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과 협업한 미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취향소비를 저격하여 열광을 불러오고 있다. 초저가 전략과 프리미엄 전략 외에 틈새전략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도 양극화와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립대학은 저렴한 학비의 가성비 전략으로 학생들을 모으고 있고, 인서울 대학은 수도권이라는 가심비 전략을 구사하는데 반해 지방 사립대학들은 마땅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폴리텍은 노동부 국책대학으로서 가장 저렴한 학비의 가성비 전략이 바탕이 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항공특성화대학이 되기 위해 학과 개편과 신설을 통한 틈새전략도 추구하고 있다.

    미래 주력사업인 항공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융합과 혁신을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소득과 소비 양극화를 헤쳐나가고 있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