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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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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종이 수첩-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9-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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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 중에 하나가 ‘취재수첩’이다. 가볍고 한 손에 쏙 들어와 현장에서 메모를 하기 좋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취재수첩 활용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취재수첩을 꺼내 기록하는 기자를 거의 보기 어렵게 됐다. 대부분 노트북을 펴 그 자리에서 입력을 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하기 때문이다. 수첩에 적으면 불편하거나 또 중요한 발언 등을 놓칠 수 있어 이해가 되지만 아쉬운 마음도 든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와 비슷한 기능을 하던 기술이나 도구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살아남는 옛 기술도 있다. 예컨대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미닫이 문이 나오면서 자취를 감출 거라고 여겼던 경첩이 달린 여닫이문이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여닫이문이 신체와 함께 작동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어 한 가지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미닫이문보다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등장했다고 라디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종이 수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생각을 기록하는데 더 효율적인 방법이 많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도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연말이 되면 한정판 개념으로 발간하는 ‘다이어리’이다.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고 한다. 특히 피카소, 헤밍웨이 등 수많은 예술가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몰스킨 수첩’은 일부 중고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

    ▼종이 수첩의 장점은 ‘손맛’이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 윌리엄 파워스는 그의 책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종이 수첩의 또 다른 장점은 바쁘고 빠른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단순함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보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비록 오래된 도구이지만 경첩이 달린 문과 같이 새로운 도구가 해낼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종이 수첩은 분주한 삶을 붙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보물’이다. 

    이종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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