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어느 사회복지사와의 인연-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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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시절 젊은 사회복지사 Y씨를 만났다. Y씨는 처음 만난 기자에게 자신이 케어 중인 고교생이 사고를 당한 딱한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 학생을 도울 수 있도록 온정기사를 써 달라 요청했다. 장애를 앓고 있는 이 학생이 다리 골절상을 입고 입원중이지만 가정형편으로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사정이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병원비를 지불하고도 생활비가 남을 정도의 온정이 답지하자 Y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한 번은 Y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산속 움막에 장애아동을 포함해 가족 7명이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제보했다. 기자는 “어떻게 가족 7명이 산속 움막에서 살 수 있느냐”며 제보 내용을 믿지 않았다. Y씨는 기자를 산속 움막으로 안내했고, 실제 상황을 목격한 기자는 장애아동의 힘겨운 삶을 보도했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도 충격받았는지 어마어마한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결국 그 가족은 움막을 떠나 번듯한 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Y씨의 열정이 만든 ‘복지 기적’으로 기록된다.
▼Y씨는 수시로 기자에게 연락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읍소했다. 자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만나면 그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복지사로서의 사명감이 그를 가만 놔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Y씨와 지난해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주변에 수소문해보니 암투병 중이라 해서 걱정 많이 했는데, 며칠 전 Y씨의 부고 소식이 기자의 머리와 가슴을 후려쳤다. 복지 대상자의 건강과 처지를 더 걱정한 Y씨는 결국 많은 클라이언트를 남겨두고 세상을 등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등록된 인원도 7만~8만명은 족히 될 듯싶다. 이 많은 복지사들이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노인·어린이 등을 돌보며 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한몸 불사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복지사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Y씨만큼 더할지, 덜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건강만큼은 반드시 챙겨 가며 업무에 매진했으면 하는 것이다.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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