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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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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름다운 청년이 건네준 우산- 이우완(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9-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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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 신발장 옆에 못 보던 우산이 놓여 있어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우산의 내력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뿌듯해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아들은 방과후에 미술학원에 들렀다가 귀가하곤 했다. 미술학원에서 집까지는 버스로 다섯 정거장쯤 되는데, 아들은 광려천 산책로를 따라 한 시간씩이나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오곤 했다. 그러다 차츰 시내버스 타는 방법을 터득해서는 버스로 오기도 했는데, 그래도 걷는 것이 좋다며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도 미술학원을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려고 산책로로 길을 잡았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다시 버스승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비를 맞으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불빛이 바뀌길 기다리는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우산을 씌워 주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버스승강장까지 왔는데, 잠시 후 그 청년이 타고 갈 버스가 먼저 도착하자 함께 쓰고 온 우산을 아이에게 건네고는 훌쩍 버스에 올라 버리더라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아이는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비를 맞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청년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게 다가왔다. 비를 맞는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 청년은 아이가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동안 비를 맞게 될 것이 안타까워 기꺼이 자신의 우산을 건네 준 것이었다. 자신도 버스에서 내리면 집까지는 비를 맞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 자란 청년이다. 그 청년으로 하여금 자신보다는 다른 이가 겪게 될 아픔을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요인 중에서 내가 짐작해 본 한 가지는 내 아이가 그 청년으로부터 받은 것처럼 그 청년 또한 다른 이로부터 비슷한 선행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선행이 선행을 낳으며 순환하는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고 확장될 때 우리 사회는 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우완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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