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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개미처럼, 혹은 베짱이처럼-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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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와 베짱이’는 이솝 우화 중의 하나다. 개미가 겨울을 대비해 밤낮을 쉬지 않고 일을 해 음식을 모았다면 베짱이는 허구한 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살다가 막상 겨울이 오자 굶주림에 시달려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한다는 내용이다.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은 이 우화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교육목적으로만 보면 참 좋은 얘기다. 하지만 비틀어보면 요상해진다. 일과 즐기는 삶을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누다 보니 베짱이처럼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은 잘못됐고, 개미처럼 부지런한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의식화 교육에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교묘하게 사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게까지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겠지만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요즘 일과 즐기는 삶을 균형 있게 맞춰 살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세대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고,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과 장점, 창의성을 살리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학교가 집을 제외하고 아이들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공간도 교육이자 삶의 공간’이라 여기고 학교공간 혁신을 위해 재구조화 사업도 한창이다.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교육과정 속에 넣은 자유학기제가 진행 중이고,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도록 하는 고교학점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교육현장에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행착오나 문제점도 드러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대학입시라는 큰 틀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해 성적을 올리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는 논리가 거세다. 일부 학부모들은 진보교육감들의 입성 후 학교현장이 공부보다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다양성 등에 치중하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하락했다고 못마땅해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8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 11.1%, 고등학생 10.4%가 수학 과목에서 최소한의 성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학력에 미달했으며, 국어는 중학생 4.4%, 고등학생 3.4%, 영어는 중학생 5.3%와 고등학생 6.2%가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미달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공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교육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때 함께 실시한 ‘학교생활 행복도 조사’에서 행복도가 ‘높음’이라고 응답한 중학생 비율이 2015년 54.6%에서 2018년 61.3%, 고등학생 비율은 2015년 47.3%에서 2018년 58.9%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은 늘어나는데도 학교생활은 즐겁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교육의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찾고 계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개미처럼 살든 베짱이처럼 살든 그것은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몫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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