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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91) 제24화 마법의 돌 91

“우리는 어떻게 해요?”

  • 기사입력 : 2019-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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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미묘했다. 시마무라를 데려다주기는 했으나 그의 집까지 온 것은 어색했다.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다.

    “나츠코, 그대의 부군과 사업을 같이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소.”

    이재영은 나츠코에게 낮게 말했다. 나츠코에게서 중년여자의 풍만한 육향이 풍겼다.

    “우리는 어떻게 해요?”

    나츠코는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오늘 이상과 같이 있고 싶어요.”

    나츠코가 이재영의 가슴에 안겼다. 이재영이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남편은….”

    “술에 취했으니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

    나츠코가 이재영에게 입술을 부딪쳐왔다. 그녀의 입술이 달콤했다. 이재영은 나츠코를 데리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나츠코는 그에게 격렬하게 안겨왔다. 이재영은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이재영은 나츠코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그녀의 남편 시마무라를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중국인을 살해한 광기였다. 그가 일본이 패한다고 횡설수설했다. 그날 나츠코는 새벽에 돌아갔다.

    ‘일본이 전쟁에 진다. 조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재영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일본이 패망하면 그들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재영은 정식에게 낮게 말했다. 정식은 지리산의 깊은 골짜기에 있으니 세상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이재영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일본은 어떻게 될 것인가.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장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1944년 초겨울이 지옥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불안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돌아가요?”

    “그래. 조선은 일본이 빼앗은 것이 아니냐?”

    “정말 그렇게 될까요?”

    “일본은 벌써 옥쇄 운운하고 있다. 바다에서 일본이 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류순영은 저녁을 지었다.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방에 불을 때고 셋이 저녁을 먹었다. 불은 호롱불이다. 정식은 기름이나 생필품을 사러 산청에 가는데 하마터면 일본순사에 끌려갈 뻔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산에 다니다가 보면 멧돼지와 노루 같은 산짐승을 만날 때도 있다고 했다.

    “멧돼지는 위험하지 않아?”

    “위험해요. 그래서 항상 조심해요.”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할 텐데….”

    이재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 부쩍 한숨이 많아졌다.

    “여름엔 뱀 때문에 깜짝 놀란 일도 있어요. 문을 열어 놓았더니 뱀이 방에 들어와 아랫목에 똬리를 틀고 있더라고요.”

    정식이 유쾌하게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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