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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어느 애주가의 고백-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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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술이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책 ‘어느 애주가의 고백’은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후텁지근한 여름밤의 시원한 맥주 한 캔, 겨울밤 뜨끈한 어묵탕과 소주 한잔이 없는 날들을 상상해본다. 인생의 재미가 꽤 줄어들 것 같다. 책의 저자인 다니엘 슈라이버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독일의 애주가였다. 작가는 ‘내 삶의 더 좋은 날, 더 멋진 날, 슬픔을 견뎌야 하는 날을 골라 술을 마셨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너무 많은 시간과 활력과 에너지와 꿈들이 술로 인해 소멸됐음을 깨닫고 절주를 결심한다.

    ▼‘술 취하지 않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은 5년 연속 독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고 또 술을 걱정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예부터 술은 찬양의 대상인 반면 경계의 대상이었다. ‘논어’에서는 ‘마시더라도 난잡해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채근담’에서는 꽃은 반만 피는 것이 좋고, 술도 적당히 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리는 술로 인해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최근 거제에서 술을 마시고 시외버스를 운전한 버스기사가 그랬고,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술을 마시기 위해 외출을 감행하다 구속된 창원의 50대 남성도 그랬다. 지난해 경남에서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346명이 목숨을 잃었고, 강력 흉악범죄의 경우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외관상 망가져 보이지도 않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다. 노숙자로 살지도 않고 친구와 직장이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증세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저 술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뿐이다.(책 어느 애주가의 고백 中)’. 당신은 애주가인가 중독자인가.

    조고운(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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