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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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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5월 어린이문예상> 산문 저학년 최우수- 할머니의 밥상

권경민(김해 진영중앙초 3-2)

  • 기사입력 : 2019-05-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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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경북 안동에 사신다. 우리 가족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설날이나 추석 때만 할머니를 뵈러 간다. 할머니는 생일날에도 우리 보고 힘들다고 오지 말라고 하신다. 아빠도 나처럼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텐데 할머니께서 오지 말라고 하셔서 많이 슬플 것 같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우리 보고 자주 오지 말라는 이유를 알았다. 올해 깜짝파티를 해 드리려고 우리 가족은 연락도 하지 않고 안동으로 출발했다.

    “아이고! 연락도 없이 우짠 일이고?”

    할머니께서 처음에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지만 곧 하하호호 웃으시며 나와 동생을 안고 볼에 뽀뽀도 몇 번이나 하셨다.

    “할머니 깜짝 생일파티 해 드리려고 몰래 왔어요!”

    할머니께서는 내 말을 듣고 해님처럼 방긋 웃으셨다. 엄마는 케이크와 집에서 준비해 온 미역국, 불고기, 나물, 생선구이 등을 펼쳐서 밥상을 차리셨다. 그런데 식탁 위에 놓인 반찬을 보고 엄마가 깜짝 놀라시며 할머니께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매일 이렇게 드세요? 이러다 병 걸리겠어요!”

    식탁 위에는 배추김치와 깻잎 장아찌 그리고 물과 밥밖에 없었다.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설거지하기도 귀찮고……”라고 하시며 부끄러워하시며 또 웃으셨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반찬을 10가지 이상씩 만들어 드셨다고 한다. 이렇게 먹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반찬을 항상 바꿔서 드셨다고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의 반찬 종류는 줄어들고 외롭고 심심하게 지내신다. 할머니는 우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오지 말라고 한 게 아닐까?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이사오셔서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고 마트도 가고 여행도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할머니께서 행복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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