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가 올 때가 아니면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땅따먹기를 한다. 항상 땅따먹기를 하면 내가 진다.
내가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 중 하나가 신발 때문인 것 같다. 땅따먹기를 할 때 ‘따닥’ 소리가 나면 안 되는데 내 신발은 소리가 잘 나서 항상 얼마 못 가고 탈락이 된다. 애들 신발은 다 만오천원이 넘는데 내 신발은 작년 겨울, 1+1행사 할 때 14900원으로 두 켤레를 사서 지금까지 신고 있는 신발이다. 그런데 아직도 멀쩡히 살아남아 있어서 엄마가 새 신발을 사주시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잔소리 대마왕 친구와 가위 바위 보 때문이다. 항상 땅따먹기를 같이 하는 친구 중에 잔소리 대마왕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뭐만 하면 탈락이라고 한다. 그 친구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는데 이의가 있으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하고 있는 친구가 이기면 계속 하는 것이고, 지면 탈락하는 것이다.
문제는 나한텐 이 규칙이 있어도 없어도 상관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내가 가위바위보를 너무 못하기 때문이다. 가위바위보는 3분의 1확률인데 난 20번은 하면 19번을 진다.
가위바위보는 연습한다고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길 확률이 매우 적다. 그래서 이 세상에 운빨신이 계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땅따먹기에서 이길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잔소리 대마왕 친구와 같은 팀이 되는 것이다. 그 친구와 같은 팀을 하면 잔소리도 안 듣고 그 친구가 땅따먹기도 잘해서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친구들도 모두 잔소리 대마왕과 같은 팀이 되길 원한다.
그 친구와 다른 팀이 되면 잔소리 폭풍우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친구와 같은 팀이 되려고 묵찌 묵찌로 팀 가르기를 할 때 서로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그 친구가 뭘 낼지 힐끔힐끔 쳐다 보며 같은 것을 내려고 눈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눈치 싸움의 고수이기 때문에 내가 거의 실패한다.
그렇게 항상 나는 계속 지며 잔소리를 듣지만 땅따먹기를 한다. 내 친구들은 내가 최약체이면서 계속하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애들이 그렇게 물을 때 나는 대답한다.
“그냥, 재미있어서…”
나는 이렇게 친구들과 하는 모든 놀이가 재미있다.
*땅따먹기 팁
1. 돌 감정사 되기: 살짝 동글하며 납작하고 잘 굴러가지 않는 돌 고르기.
2. 돌 잘 던지기: 무심하게 툭 던지지 않기. 땅에 들어가지 않음.
3. 웃음 참기: 친구들의 방해공작에 균형 잃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