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촉석루] P 선배님에게- 황상원(창원대 대외협력팀장)

  • 기사입력 : 2019-05-27 07:00:00
  •   
  • 메인이미지


    P 선배님. 선배님에게 혼나면서 내디뎠던 사회 첫발이 거의 20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으로부터 일을 배우면서 서운했던 적도 꽤 많았습니다.

    ‘왜 나의 사수는 이다지 깐깐하시나’라며 잘 믿지도 않는 운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선배님, 첫 명함이 나왔습니다”라고 말씀드렸을 때 “윗사람에게는 명함보다 ‘연락처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며 돌려주신 대답은 지금까지 잘 따르고 있습니다.

    어느 공휴일에 “주말 잘 보내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렸을 때는 “주말과 휴일은 쓰임이 다르니 유의하라”는 지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셀 수 없이 많은 선배님의 말씀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가르침이 목에 걸린 가시 같기도 하였습니다. 한동안 선배님을 대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듣고도 못 들은 체하기도 했습니다.

    한데 선배님께서 그렇게도 꼼꼼히 타일렀던 까닭이 말과 글을 바르게 다루어야 하는 당시의 직분에 기인했음을 머잖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선배님과 저도 이직을 하여 그때와는 다른 의자에 앉아 있지만, 그 시절 작은 가시들은 오늘날까지 속에 든 열매를 지키는 소중한 격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합니다만 저의 시작을 선배님과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이나마 한 사람의 구실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결론은 의심이 없습니다.

    선배님. 이제 저도 선배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아닌 여러 방면에서 앞선 사람이라는 의미로 따지자면 온전한 선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른인 척하지만 진정한 어른은 많지 않은 것처럼 저는 허울만 선배에 가까울 뿐입니다. 선배님께서 가장 크게 강조하셨던 ‘겸손’이 아니라 사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선배님. 저도 언젠가 선배님 같은 선배가 될 수 있겠지요. 늘 모자라지만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가까이 계셔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선배님.

    황상원 (창원대 대외협력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