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0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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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부족한 이해가 가져오는 편견-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05-27 2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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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생명의전화의 상담실에는 진주의 안인득과 유사한 심리적 어려움과 세상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이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토로를 시작으로 사회 불만, 부조리를 털어 놓다가 느닷없이 상담자에게 욕을 하기도 한다. 전화를 걸어 오는 사람들 중 일시적인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래된 정신적, 정서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화가 나서 누군가를 죽이겠다거나 죽겠다거나 흥분상태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감정 표현을 세련되게 하지 못하고 표현이 거칠어 보이는 이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런 경우에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면 흥분상태가 가라앉고 분노가 가라앉게 된다. 생명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에는 경찰과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연계를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는 실제 현장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개인의 인권 문제로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일선에서는 진주 사건으로 인해 그와 유사한 질병이나 심리적 불안, 공격성, 반인격성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협박하는 일들이 줄줄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늘 있던 일이지만 안인득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이 생겨 협박성 이야기들에 시달렸던 공무원이나 경찰에서도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얼마 전 김해에서는 사회 불만을 토로하면서 아파트 경비원을 흉기로 협박하던 30대 남성이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협박을 하다 공무원의 신고로 경찰에서 응급입원을 시켰다. 이 남성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얼마 전 심하게 자해를 해, 상담실로 온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학교생활을 잘 하고 싶어도 친구가 없다고 했다. 이 학생을 보는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 보았다. “나라면 네가 무서울 것 같아. 옆에서 피 흘리고, 팔을 긋는 너를 보면 너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내가 상처 입을까봐 무서울 것 같다. 너라면 어떻겠니?”

    우리는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 공포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 그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이다. 이러한 보도는 정신질환자를 이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하는 예비범죄자로 오해하게 만든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로 일반인 범죄율 3.93%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단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비중은 9.71%로 일반인의 강력범죄 1.46%보다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관리와 치료를 받은 경우 이런 범죄로 이어지는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우리는 대중매체가 만들어 준 편견에 의해 정신질환자들을 위험한 사고를 일으켜 격리수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생 동안 열 명 중 세 명은 정신질환에 걸린다는 것, 치료받은 사람은 온순하고 위험하지 않으며, 급성기가 지나면 시설 밖에서의 재활치료가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역시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자극적인 두려움 조성은 좋지 않다.

    진주의 사건처럼 그리고 이어 연달아 보도되고 있는 사건들에서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료할 수 없었던 것은 인권에 막혀 있고, 융통성 있는 법률이 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며, 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으로 보인다. 인권과 생존의 문제에서 우리는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어야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혼돈상태의 정신질환자에게 자신의 치료를 판단하라는 것 자체는 방치와 무책임의 또 다른 행태이다. 정신질환자들이 치료와 복지의 사각지역에 놓여 있다. 이들이 적절히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법률 제정, 그리고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선주 (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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