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778) 단장취의(斷章取義)- 문장을 끊어서 자기에게 필요한 뜻만 취하여 이용한다

  • 기사입력 : 2019-05-27 20:58:20
  •   

  • 긴 문장이나 시 가운데서 일부만 끊어 인용하면서 전체의 내용과 상관없이 자기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마음대로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단장취의(斷章取義)’라고 말한다.

    어떤 교수가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할 결심이 없이 대충 학점 받으려는 학생은 내 강의 신청하지 말아라”라고 학기 초에 말했는데, 그 학생이 학과장한테 가서 “모 교수님은 ‘자기 수업 듣지 말라’고 합디다”라고 전하는 경우다. 우리 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 수법을 직업상 기자들이 가장 잘 이용한다. 길게 인터뷰해 가지고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잘라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편리한 대로 비틀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기자들과 인터뷰했다가 기자가 단장취의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기자들에게 낚인다’라고 한다. 미끼를 탐내던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려 꼼짝 못하듯이, 자기 주장을 펼치거나 자기 하는 일을 널리 알리려고 기자들을 가까이했다가, 도리어 잘못 이용당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단장취의하는 수법은 정치가들도 많이 이용한다. 반대 당의 말을 꼬투리 잡는 것은, 전체적인 내용보다도 그 가운데 문제 될 만한 몇 구절을 끊어내어 자기 식으로 비틀어서 쓰는 것이다. 나라 사이의 담판에서 외교관들도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오늘날만 런 것이 아니고, 아득한 옛날부터 그랬다. 옛날 중국의 정치가들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구(詩句)를 인용해서 자기의 의사를 밝혔는데, 시 본래의 대의와 맞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단장취의의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말썽이 생기고, 오해가 생기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어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항상 건강하시고, 많은 연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썼더니, 받는 쪽에서는 ‘연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그 구절만 잘라 불쾌해하면서, “당신이 뭔데 나보고 연구하라니 마라니 훈시를 하느냐?”라고 시비를 걸어왔다. 좋은 뜻에서 권면(勸勉)한 말인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가 이념과 정치성향에 따라서 갈가리 찢어져 있다. 주변에 아는 친구나 선배 후배는 물론이고, 학생들까지도 정치성향에 따라서 갈라져 있다. 자꾸 갈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자기만 옳고 상대방은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갈라져서 싸우려고 마음 먹으니, 상대방의 말 가운데서 전체를 보지 않고 문제될 것만 골라 역공할 밑천으로 삼는데, 역시 단장취의하는 수법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서 싸울 때, 중립을 지키려는 사람은 마치 회색분자나 이중인격자처럼 오해를 받아, 입을 떼기가 곤란하다. 각자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화합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계속 분열되어 나가면, 자기 자신이 가장 괴롭다.

    * 斷 : 끊을 단. * 章 : 글 장.

    * 取 : 가질 취. *義 : 옳을 의.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