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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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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꿈을 갖게 해주신 나의 선생님- 이우완(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9-05-28 20: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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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스승과의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나에게는 정헌 선생님과의 만남이 그랬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가난한 농촌 살림에 성적을 잘 받아오는 것보다는 농번기를 쳐낼 장정 한 명 몫을 해내는 것이 더 대견하게 여겨지던 분위기였기에 ‘꿈’이니 ‘장래희망’이니 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 이슬 툭툭 털어가며 두어 시간 들일을 하고야 학교에 갔고, 학교를 마치면 가방 던져놓고 지게를 지고 풀 베러 나서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을 맞이했고, 정헌 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다. 몇 차례 치른 월말고사에서 우등상을 몇 번 받게 되자 담임선생님은 집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오셨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아버지를 설득하셨다.

    그날 이후로 나는 새벽 들일에서 제외되었고 풀지게도 벗어던졌다. 비로소 ‘꿈’이라는 것과 ‘목표’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꿈이 ‘선생님’으로 정해진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목표는 인근 도시인 진주로 진학하는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당시 신혼이었지만, 학교 뒤 낡은 사택에서 혼자 자취하며 밤늦도록 우리를 지도해주셨다. 나와 함께 몇 명은 아예 숙직실에서 합숙까지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힘을 써준 덕분이었다.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선생님 당신이 떠안겠다는 약속으로 학교 관리자를 설득했던 것이다.

    사립학교 교사임용시험 합격 통지서를 받고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던 그때의 가슴 벅찬 감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사이에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지만, 누군가 ‘우완 샘’이라고 부를 때면 그 벅찬 감격의 한 자락을 지금도 느끼곤 한다. 중학교 때 만난 한 분의 선생님 덕에 꿈도 없이 살아가던 한 소년은 꿈을 가지게 되었고, 꿈을 이루는 작은 감격도 맛보았다. 청소년들이 꿈꿀 수 있도록 열정을 쏟고 계시는 이 땅의 수많은 정헌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이우완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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