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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보이스피싱 범죄, 3E의 입체적 접근 필요하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05-28 20: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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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4440억원으로 2017년 2431억원보다 82.7% 증가하여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743명으로 매일 평균 134명에 이른다. 매시간 6명이 범죄의 대상이 되어 평균 900만원의 피해를 당했다.

    보이스피싱의 전형적 사례는 전화를 걸어 금융위원회 직원을 사칭한다. 범인은 상대방의 실제 이름을 부르며 은행 계좌가 자금세탁에 연루됐으니, 인출한 현금을 금융위원회 직원에게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보안 앱을 깔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피해자가 악성코드가 포함된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일당이 전화를 받아서 지시한 내용이 맞다고 확인하므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에게 자녀가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현금이 없다고 응답하면 휴대폰에 스마트뱅킹 앱을 설치하게 한 후에 은행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이용해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돈을 대출받아 현금으로 찾게 한 다음에 건네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피해자에게 다른 가족과 통화하면 위험하다고 기망하여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함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SNS가 일상화되면서 사칭형 보이스피싱의 일종인 메신저 피싱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휴대폰 주소록을 해킹한 뒤 가족 등으로 사칭하고,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다며 은행계좌로 입금을 요구한다. 또는 자녀인 척 위장하여 문화상품권 구매 대금을 가상계좌로 입금해달라고 부탁한다.

    일단 현금을 전달하거나 입금하면 연루자를 체포해도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중국과 대만 등에 있는 해외의 주범이 송금된 돈을 찾아 도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의 피해 보도와 경찰의 범인 검거가 지속됐다. 하지만 범죄 발생 건수와 피해 규모가 매년 늘어났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의 피해를 줄이거나 근절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자동차와 철도의 증가로 인해 늘어난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3E 접근 방법을 제안한다. 공학(Engineering), 교육(Education), 규제(Enforcement)의 첫 철자를 모은 3E는 입체적 문제 해결 방안이다.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선 설계에서 안전 기술을 적용하고(공학), 미디어를 통해 운전자에게 교통질서 준수를 알려주고(교육), 규정 속도 준수와 과적 제한, 운전자의 휴식 의무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는(규제) 등의 복합적 대처로 사고 감소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

    3E 접근 방식을 보이스피싱 범죄 방지에 적용해보자.

    첫째, 공학적 측면에서 발신자 전화번호의 허위 표시 제한을 비롯해 의심이 가는 메시지의 필터링 또는 경고 문자 병기, 범죄에 사용될 것으로 의심이 가는 대포 통장에 대한 입출금 제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술적으로 피해 감소가 예상된다. 둘째, 교육적 측면에서 신문과 방송, 소셜미디어를 통한 피해 예방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시민 상호간의 활발한 대화로 범죄 시도를 조기에 파악하고, 중단시켜야 한다. 셋째, 규제 측면에서 보이스피싱 다발 지역의 개인에 대한 현금 송수신을 제한하고,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과 행정 조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은 개인과 사회의 불행과 불신을 초래한다. 사회 질서를 혼란시키는 중대 범죄로 접근할 때다. 정치권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전문가는 피해 예방 기술을 개발하고, 언론은 상황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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