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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봉준호 감독- 이상규(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9-05-29 20: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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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은 특별한 감독이다. ‘설국열차’와 ‘괴물’ 같은 대흥행을 한 작품도 음습하고 기괴한 장면이 많이 들어 있다. 사회의 가장 바닥층 사람들, 어둡고 더러운 시궁창이나 다리 밑에 기거하는 사람, 그늘지고 습한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에 충격을 준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만든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는 봉준호를 세상에 알리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 첫 장면도 황금빛 들판의 한 구석에 있는 배수구 속에 처참하게 살해된 채 버려진 시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봉준호 감독은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 봉상균은 그래픽 디자인, 판화 등 꾸준히 개인 작업을 진행해온 1세대 디자이너 겸 화가이자, 디자인 정책 실무자였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박태원이다. 중학교 시절 영화감독의 꿈을 품었던 봉 감독은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보면서 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 시절에도 ‘만화 그리기’를 했고 영화감독이 돼서도 직접 콘티를 그렸다.

    ▼지난 25일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기생충’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였다. 봉 감독은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칸, 베니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세계 3대 영화제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칸 영화제가 예술 영화제로 가장 위상이 높다. 봉 감독은 역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괴물’로 이름을 날린데 이어 예술 영화제의 노벨상이라고 할 칸 영화제에서 최고 상을 탔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모두 굉장한 성과를 거둔다는 면에서 놀라운 부분이 있다”며 봉 감독을 평가했다. 그럼에도 봉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상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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