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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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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독서삼여(讀書三餘)-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19-05-29 20: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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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위나라에 동우(董遇)라는 학자가 있었다.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주위에 칭송이 자자했는데 그만큼 따르는 제자들도 많았다.

    하루는 동우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들도 높은 학문에 이르고 싶으니 가르침을 줄 것을 청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백 번 읽으면 저절로 뜻을 깨닫게 된다.(讀書百遍義自見)”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지 말고 스스로 책을 읽고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제자가 자신은 벼슬살이하느라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자 제자를 넌지시 쳐다보던 동우가 답했다.

    “세 가지 여유(三餘)를 활용하면 된다.”

    의아해하는 제자들에게 동우가 일렀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요, 밤은 하루의 나머지요, 비는 때의 나머지다.”

    이 말에서 독서삼여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동우는 어려서 집안이 가난해 농사를 짓고 나뭇짐을 팔아 생활했다. 농사를 짓는 와중에 책을 보고 나뭇짐을 지고 다니는 동안에도 책의 내용을 생각하며 외우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학문을 닦아 황제와 글을 논하는 자리인 황문시랑(黃門侍郞)까지 올랐다.

    독서삼여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세 가지 나머지라는 뜻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일하느라고 바빠 책을 읽기 어려우니 겨울에 읽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느라 바쁘니 밤에 읽는다. 맑은 날에는 일이 많으니 비 오는 날에 읽는다. 이것이 삼여(三餘)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시간이 많아도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책 읽을 시간이 생겨도 다른 일을 하지 책은 보지 않는다. 책을 읽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책 읽는 시간은 다른 시간을 아껴서 만들어야 한다. 농사를 짓고 나뭇짐을 파는 틈틈이 책을 보는 태도, 일상의 짬짬이 시간을 아껴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정신이야말로 독서가의 자질이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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