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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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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96) 제24화 마법의 돌 96

“저들도 불쌍해 보이네요”

  • 기사입력 : 2019-05-30 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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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에서도 많은 일본인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가는 사람은 많고 기차는 적었다.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걸어서 부산으로 가야 했다.

    ‘일본인들이 마치 피난민 같구나.’

    이삿짐도 단출했다. 그들은 짐 보따리 하나씩을 등에 지고 긴 행렬을 이루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나라가 망하니까 일본인들도 별 것이 없네.’

    일본인들의 귀향 행렬을 본 이재영은 착잡했다. 일본인들의 귀향 행렬을 보고 비웃는 조선인들도 있고 손가락질을 하는 조선인도 있었다. 일본인들의 행렬을 습격하여 짐을 빼앗는 조선인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피아간에 죽는 일도 발생했다. 조선인들의 습격이 잇따르자 일본인들은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총과 칼을 가지고 다녔다.

    “저들도 불쌍해 보이네요.”

    류순영이 가게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가 대로에 있었기 때문에 남쪽으로 내려 가는 일본인 행렬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는데 남의 일 같지 않군.”

    이재영도 혀를 찼다. 날도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이 되면 저들은 어디에서 잠을 자는 것일까. 여관은 귀향하는 일본인들로 항상 만원을 이루었다.

    “동생하고 단양에 좀 갔다가 올게요.”

    류순영이 비가 오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단양은 왜?”

    “단양에 산이 매물로 나왔대요. 산을 사야 할 것 같아요.”

    류순영의 말에 이재영은 얼굴을 찡그렸다. 류순영은 단양의 산에 대해서 집착하고 있었다.

    “차를 가져갈 건가?”

    “동생이 차를 빌렸어요.”

    “언제 가?”

    “내일 아침에요. 한 2~3일 걸릴 거예요.”

    “알았어.”

    류순영은 집으로 돌아가고 이재영은 가게 앞에서 일본인들의 행렬을 구경했다. 해방이 되었으나 장사에 대해서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장님, 일본인들 보따리 속에 금덩어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주임 박두영이 옆에 와서 물었다.

    “금덩어리까지나….”

    “어쨌거나 재산을 모두 팔아서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틀림없이 금덩어리나 돈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재산을 팔았을 테니까요.”

    이재영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박두영의 말은 옳다. 일본인들은 전 재산을 팔아서 가지고 돌아갈 테니 금이나 돈으로 만들어 돌아갈 것이다.

    “일본인들의 짐 보따리를 노리는 도적들이 많답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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