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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함께하는 남북협력과 통일교육-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05-30 2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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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주 5월 20~26일 통일부에서 주관하는 통일교육주간이 마무리됐다. 국민들로 하여금 평화통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올해 7회 행사를 종료했다니 매우 좋은 발상이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을 보니 콘퍼런스, 공모전, 체험 학습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던 것으로 보인다. 30여년간 북한과 통일문제를 다룬 교육자로서 볼 때 이러한 프로그램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한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의 지방 확산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지만 서울 못지않게 통일문제에 대한 지방의 관심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정상회담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남북교류와 협력의 주체로 올라섰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는 중앙부처 차원 교류의 부차적인 의미로서 기능했고 규모와 기간 등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남북교류와 관련된 예산과 조직을 대폭 확대했고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가 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남북관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체계가 잡히면 향후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대비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지방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남북관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은 필요성이 더욱 커 보인다.

    우리와 같은 분단을 겪었던 독일은 전형적인 연방제 국가로 지방자치의 역사가 깊다. 통일 이전에도 주정부의 자치가 확고히 보장되었고 자매결연 등 지자체들이 동서독 교류에 직접 나서기도 하였다. 동독 탈주민들의 수용에 있어서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협력해 나갔고 통일 이후 재원분담에서도 주정부는 고통을 분담했다. 이러한 일들은 주정부가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적시성 있게 설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정치교육센터’는 연방센터도 있지만 각 주마다 지역 센터가 있어 지방 특색에 맞는 이슈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분단 시기 정치교육센터는 자유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전파 역할을 했고 기본권, 시장경제 등에 대한 교육 홍보활동도 수행했다. 통일 이후에는 통일에 따른 통합의 가치를 설파했고 현재는 올바른 정치체제와 선거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실성 있게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 지방정치교육센터를 가볼 일이 있었는데 실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놀란 적이 있다. 또 한 가지 특색 있는 통일교육에의 함의는 서독에서 추진된 ‘보이텔스바흐 합의’이다. 냉전이 한창 중인 1970년대 중반 서독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치열한 논의 끝에 이념과 정권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치교육 지침을 마련했다. 한 번 합의한 원칙은 대체로 지키는 독일의 특성에 따라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은 강제할 수 없으며 토론과 논쟁을 통해 독립적인 관점과 사고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체적인 인식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가치와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편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뤄나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시사점이 있다. 특히 통일이라는 민족의 명운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절차가 더욱 긴요하다고 하겠다.

    지방자치단체는 북한과의 교류협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남북교류에 따른 평화적 효과와 지역경제에의 이득, 나아가 통일과정에의 기여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잘 설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가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여형 방식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중앙정부도 그들만의 사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와 적극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민주평통, 민간단체, 지역통일관 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산재돼 있다. 이들이 각기 따로 수행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들을 하나로 엮는다면 더 효과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통일교육주간은 통일문제에 대한 범국민적인 사회적 합의의 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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