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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생태사진가 최종수씨

새 사진 30년 찍다보니 새 박사 다 됐어요

  • 기사입력 : 2019-05-30 20: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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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한 독자가 사진을 보내왔다. 모습이 남다른 큰 새가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데 백로 같다는 제보였다.

    만약 백로라면, 주로 습지에 있는 새가 시내 한복판에 나타났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교통사고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도 있겠다 싶어 기사를 쓰려고 했지만 제보자의 말대로 새 종류가 확실히 백로인지 알 수 없었다. 망설이던 그때 한 선배가 일렀다. “도청 공보관실에 있는 조류전문가(?)한테 물어보라. 그는 분명히 알 것”이라고. 30년 넘게 새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제는 새 박사가 다 된, 생태사진가이자 도청 공보관실 주무관인 최종수(55)씨 이야기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생태사진가 최종수씨가 위장복 차림으로 철새의 이동을 살피고 있다./전강용 기자/
    주남저수지를 찾은 생태사진가 최종수씨가 위장복 차림으로 철새의 이동을 살피고 있다./전강용 기자/

    ◆“내 손에 나비가 멸종될까”= 그의 본업은 공보관실 사진 담당 주무관이다. 업이 사진이니 어쩌다 새 사진을 찍게 된 것이 아니냐고 치부하기엔 그가 사진을 시작한 이유가 좀 남다르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에게 곤충을 채집하는 건 하나의 공부였다. 어릴 때 들고다니던 포충망을 대학생이 되어 들고 돌아다니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여느때와 같이 포충망을 들고 나간 어느 날 그의 채집생활을 끝맺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군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였어요. 그날은 물결부전나비를 잡았는데 그 나비가 귀한 나비거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때문에 어떤 나비는 멸종될 수도 있겠구나.”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각했다. “경남대와 경상대가 서로 학술교류를 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날 경상대 생물학과 교수님의 연구실을 들어가게 됐는데 나비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더라고요.” 무릎을 탁 쳤다. “이거다 싶었어요. 그날로 신문방송학과의 사진 실기 강의를 청강하기 시작했죠.”

    약 2년이나 강의를 들으며 기초적인 걸 터득했다. 실전이 중요했지만 카메라가 없었다. 마침 아버지가 필요한 게 있냐 물었다. “카메라가 필요하댔더니 아버지가 환갑 때 받은 5돈짜리 금반지를 2개 주시더라고요. 하고 싶은 거 하라고요.” 그의 첫 카메라는 니콘 FM2. 100㎜ 마이크로렌즈도 함께였다.

    ◆어쩌다 인생에 스며든 새= 피사체를 사랑하면 좋은 사진이 나온다 했다.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면서 그에게 사진은 업이 됐다.

    “대학 시간강사였던 교수님과 곤충연구소를 운영 중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곤충 표본을 정리하는 일을 했죠. 한날 자주 가던 사진관에 사진을 인화하러 갔더니 사장님이 창원군청에 저를 추천했다지 뭐예요. 무슨 소리냐 물으니 군청에서 사진담당을 뽑으려는데 괜찮은 사람 없냐고 사진관에 물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일은 좋았지만 보수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찾아온 기회였다. 알음알음으로 공무원이 될 수는 없는 법. 그날부터 공부를 시작해 공직에 입문했다. 어쩌면 그게 새와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 계기였다고 그는 회상한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가 군청 관내였어요. 철새들 사진을 언론사에 보내야 하다 보니 새를 많이 찍기 시작했죠.”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개개비./최종수씨/
    번식에 성공한 물꿩./최종수씨/
    최종수씨가 찍은 새 사진. 위에서부터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개개비, 번식에 성공한 물꿩,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
    최종수씨가 찍은 새 사진. 위에서부터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개개비, 번식에 성공한 물꿩,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

    생물학을 전공하며 대학 때부터 새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그때부터가 본격적이었다. “그럼 그냥 일이라서 찍다 보니 지금까지 온 거냐” 묻는 기자에게 그는 “1억 준다고 에베레스트 오르겠냐”고 되물었다. 싫은 일이라면 억지로 해왔겠냐는 의미다.

    “새 사진은 엉덩이로 찍는다고 해요. 그만큼 힘들어요. 기다림의 연속이거든요. 특히 한겨울 탐조용 위장텐트에 의지할 땐 너무 힘들어요. 근데 일 때문에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새를 왜 좋아하게 됐냐 물으면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냥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생물학을 전공한 것도 ‘어쩌다’였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후 일찍이 취업을 했다가 친구의 ‘대학 가자’는 제안에 학원을 찾았는데 담당 선생님이 생물학 전공자였다. 한날 그 선생님이 대뜸 던진 “넌 생물학 전공하면 잘하겠다”는 말에 1지망으로 생물학을 쓴 그였다.

    ◆겸사겸사? 공과 사 구분 확실히= 일도 사진, 취미도 사진이지만 공과 사 구분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 사전에 ‘겸사겸사’, ‘대충대충’은 없다.

    “제가 새를 좋아하고, 새 사진을 오래 찍었더라도 본업은 공무원이에요. 경남 곳곳의 모습을 담고, 도정을 알리는 일이죠. 30년 넘는 시간 동안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원칙이 무너지면 스스로 용서가 안 돼요.” 월요일 오전부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유성펜으로 손바닥에 적어두는 것도 모자라 메모지에 적어 TV 모서리에 붙여놓은 적도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 갖는 원칙이 또 있다. ‘피사체가 나를 의식하지 않는 선에서 촬영한다’가 그것. 나비가 죽을까 두려워 처음 사진을 시작한 그에게 사진을 찍기 위해 생물을 괴롭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 사진 찍을 땐 일부러 혼자 가요. 혼자면 원칙을 지킬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있으면 쉽지 않거든요. 누군가 더 가까이 찍겠다고 앞으로 가면 저도 더 다가가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끝없는 새사랑= 그의 새 사랑은 지역사회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김태호 도지사 시절, 경남에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물새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총회)를 유치시키면 어떠냐 제안했어요. 경남엔 이미 우포늪과 주남저수지가 있어 자격이 충분하다 느꼈죠.” 이후 경남은 유치단을 꾸렸고, 2008년 10월 28일 창원에서 람사르총회를 개최했다. 2011년 유엔세계사막화방지협약 10차 당사국총회 창원 유치에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최종수(맨 오른쪽)씨가 주남저수지에서 철새 먹이를 주고 있다./최종수씨/
    최종수(맨 오른쪽)씨가 주남저수지에서 철새 먹이를 주고 있다./최종수씨/

    그에게 새 사진을 찍는다는 건 새를 보호하는 것이다. 막연히 멸종위기종 등 새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새에 대한 친근함을 느끼게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근거다.

    “내가 잘 모르는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공감대가 떨어지죠. 저는 사진을 찍어 새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 눈에 익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새에 대해 공유한다. 넘치는 새 사랑에 한때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의 사명은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고성 독수리 월동지나 합포천 등 먹이가 필요하겠다 싶은 곳들을 찾아 먹이를 주기도 한다. 가능하면 주말에는 주남저수지에 가서 물과 먹이를 챙긴다. 번식 환경을 위해 도청과 지역기업에 건의해 각각 청사 연못과 주남저수지에 인공새집을 달아주기도 했다. 혼자 쓴 책 3권을 합해 10권 정도의 책도 냈다. 4년6개월 뒤엔 정년이다. 앞으로도 그의 삶은 여전히 새와 함께일 예정이다. “주남저수지 근처에 일종의 사랑방을 만들고 있어요. 정년 후를 위한 공간이에요. 새를 사랑하고, 자연과 생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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