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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박능출(경남도 금융복지상담센터장)

  • 기사입력 : 2019-06-02 20: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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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돼지해라는 기해년도 어느덧 중반을 달리고 있다. 다달이 행사도 많아 사람 노릇도 해야 하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여가시간도 늘어나지만 우리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기만 하다. 휴일에 고속도로나 공항을 가보면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또 한편으로는 빚 문제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사도 보인다. 실직에 따른 생활고를 겪고 소심한 성격 탓에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한 그 사람의 사정이 딱하기만 하다.

    파산면책, 개인회생, 신용회복, 전환대출 등 채무를 조정해 주는 제도도 있고 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자산관리공사 등 채무조정을 지원해 주는 기관도 이미 존재한다. 그런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건대 디지털시대의 ‘정보의 비대칭성’과 사람 중심의 아날로그 감성의 부족이 아닐까! 물론 여건이 된다면 본인이 사용한 것이니 본인이 정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빚이 많아 고민이라거나 그 빚을 갚지 못하여 독촉에 시달린다는 것은 상당히 무거운 대화 주제이며 그 사람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빚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해도 법률용어는 일반인이 평소 접하지 않는 용어라 이해하기도 어렵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직접 준비하기가 결코 녹녹지만은 않다. 물론 돈이 있으면 변호사사무실에 의뢰하면 되겠지만….

    우리 센터가 빚 문제로 인해 힘든 고객들을 상담해 오면서 우리 사회에 제일 필요한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그런 감성이 아닐까 싶다. 10년도 더 지났는데 가끔 독촉장이 날아와요. 어디에다 상담해야 되나요? 이름도 생소한 대부업체의 부채증명서는 어디서 어떻게 받아오나요? 법원에서 뭔가 날아왔는데 이게 뭔지도 모르겠고 난 어떻게 해야 되나요? 현재 내 입장에서는 어떤 제도를 이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일까요? 돈이 얽혀있는 문제라서 친한 사이라도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고 자식에게도 부모로서 부끄러운 일이라 차마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 센터 상담을 통해 채무 문제가 해결된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런 고민을 나누면서 위안도 삼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보려는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게 하나의 보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534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에 근접한 상태다. 20여년 전 IMF 때에는 생산의 주체인 기업이 문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소비의 주체인 가계경제가 무너지려 하고 있다. 악성화된 가계부채는 인간으로서 자존감, 자립 의지의 상실, 가족해체는 물론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 이 빚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헌법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우리 센터는 무료로 빚 문제 상담을 해주고 채무조정이나 재무상담, 복지서비스 연계를 통해 이들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가족과 같이 즐거워야 할 시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정이 더 이상 우리 주위에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능출(경남도 금융복지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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