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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사마을 가는 길- 김호철(문화체육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6-02 20: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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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은 월하 김달진 시인(1907~1989)의 생가와 김달진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소사마을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농촌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과 재미를 채워줄 요소가 풍부한 곳이다. 소사(所沙)는 모래가 있는 곳을 뜻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홉내의 물이 마을 옆으로 지나면서 사태가 자주 나 이름 붙였다고 전한다.

    ▼김달진 시인은 20대 초반에 소사마을에서 시 공부를 했다.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는 6채가 있는데, 대문 바로 오른쪽 사랑채(작은집) 골방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1926년 경신중학을 다니다 일본인 영어교사 추방 활동으로 퇴학당하고 고향에 돌아와 계광보통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6년 뒤 계광보통학교가 항일교육을 많이 시킨다는 이유로 조선총독부에 의해 폐교되면서 시인은 사랑채에서 고뇌를 했다 한다.

    ▼생가에는 알고 봐야 할 고목들이 있다. 백 년이 넘은 단감나무, 대문 앞에 있는 참죽나무, 외양간과 도장(창고·화장실) 사이에 있는 태산목(목련과)은 시인이 좋아했던 나무들이다. 단감나무는 ‘비시(扉詩)’의 주인공이다.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녹색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열무우꽃-칠월의 향수’에서 시인은 생가를 그리워하며 묘사했다.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소사마을은 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수려한 산세와 아홉내의 맑고 정갈한 물과 기운 덕분인지 김달진 시인을 비롯해 신상철 수필가, 김형술 시인, 이혜화 시인, 나순용 수필가, 정의화 전 국회의장, 그리고 다수의 독립운동가 등 문인과 인물들이 많이 배출됐다. 한국문학관협회 최우수 문학관으로 선정된 김달진문학관에서 시를 감상하고, 서양화가 박배덕의 갤러리마당도 찾아보고, 김달진 시인이 산책했던 성흥사를 둘러보고 대장동계곡에 발까지 담그면 하루가 다 지나갈 듯하다.

    김호철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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