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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령화 준비하는 젊은 호주 (2) 빅토리아주(州) OCAV

“노인 공동체 마을 통해 편안한 노년 보장해요”

  • 기사입력 : 2019-06-04 20: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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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는 ‘젊은’국가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출산율은 2019년 1.76명이며, 평균 나이도 2015년에 37.4세, 2025년에 38.9세가 된다. 하지만 더딘 고령화에도 호주사회는 고령화를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정부는 2101년이 되면 65세 이상 비율이 인구의 25%에 도달하고, 2055년에는 성별 구분 없이 평균수명이 96세에 달할 것으로 보고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노인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맞춰나가고 있다. 이상적 노인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는 빅토리아주 OCAV 소속 루셸파크(Rushall Park)를 통해 호주 지역사회의 노인돌봄 체계를 알아본다.

    루셸파크(Rushall Park) 전경.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다.
    루셸파크(Rushall Park) 전경.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다.

    ▲노인들의 마을

    빅토리아주(州) 멜버른 도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마을 노스 피츠로이(North Fitzroy)에 위치한 루셸파크(Rushall Park). 이곳은 평균연령 82세 노인 170여명이 모여 사는 공동체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자본력 있는 노인들의 호화로운 실버타운’은 아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을 초입에서 외출했다 돌아오는 노인들과 마주쳤다. 어디에서 왔느냐, 왜 왔느냐는 질문공세로 호기심을 보이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사진은 찍지말라며 다소 경계심을 보이는 노인도 있었다.

    빅토리아 주 전역에 걸쳐 루셸파크와 연계된 노인들의 공동체는 모두 4곳. 모두 OCAV(Old Colonists Association of Victoria)에 속한 커뮤니티다.

    ▲150년 전통의 노인돌봄

    OCAV는 1869년에 창립, 올해로 150주년을 맞은 유서깊은 단체다. ‘Old Colonists Association of Victoria’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빅토리아 지역 노인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회다. 이름에 식민지 주민을 뜻하는 ‘Colonists’가 쓰인 것도 이 단체의 역사를 방증한다.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하기 전 빅토리아주 정착민들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벌인 복지사업이 OCAV의 태동이었기 때문. 실제 협회 사무실 등으로 100년 넘은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쓰이고 있었다.

    OCAV 루셸마을의 초기 모습. 빅토리아주 정착민들에 의해 조성됐다.
    OCAV 루셸마을의 초기 모습. 빅토리아주 정착민들에 의해 조성됐다.

    초기 OCAV의 중점사업은 궁핍한 노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었고, 이 정신은 흐트러짐 없이 이어져 현재 빅토리아주 전역에 걸쳐 노인 500여명이 OCAV에 여생을 맡기고 있다.

    OCAV의 대표인 필립 월러스(Phillip Wohlers)는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 할 수 있는 빈곤한 노인들을 돕는다. 현재 입주 인원의 절반은 집 없이 정부에서 주는 노령연금(age pension)으로만 생활하는 노인들이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운영되나

    OCAV가 운영하는 노인 공동체에 들어오기 위한 특별한 입주조건은 없었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주신청이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 입주 시 평균 나이는 72세, 입주기간은 평균 7.7년이다.

    OCAV의 재정적 기반은 정부 지원과 후원금, 입주 노인들에게서 받는 주당 150호주달러(약 13만원)의 서비스 요금이다. ‘돈이 없는 노인들은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냐’고 물었더니 필립 대표는 “노인들 중 절반은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팔아 비용을 지불하고, 돈이 없는 노인은 정부가 지급하는 노령연금(age pension)을 통해 비용을 댄다”고 설명했다.

    14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4개 마을에 총 190명의 자원봉사자가 포진돼 노인들의 생활을 돕는다. 입주 노인들이 자신보다 더 나이든 노인들을 돕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는 점도 OCAV가 가진 특별한 시스템이다.

    ▲노인 개개인에 따른 맞춤 서비스

    OCAV는 노인의 몸 상태에 맞추어 입주유형을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하고 있었다.

    먼저 혼자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는 건강한 노인들의 입주유형인 ‘독립주거 형태(Independent Living)’. 4개 마을에 282채의 주택이 있고, 여기에 299명의 노인들이 홀로 또는 배우자와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다. 입주가 결정되면 직접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주택은 방 1개와 방안 화장실, 부엌, 다용도실, 정원 등으로 구성되고, 노인들의 신체에 맞도록 설계된 보조시설, 화재방지 시스템 등도 제공된다.

    두 번째 유형인 ‘생활보조 형태(Assisted Living)’는 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주거유형이다. 독립적인 주택에 주거하지만 커뮤니티 센터에서 식사 등을 해결한다. 커뮤니티 센터에는 휴식공간과 식당, 다양한 활동공간이 갖춰져 있다.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생활보조 형태(Assisted Living)로 입주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
    생활보조 형태(Assisted Living)로 입주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
    커뮤니티 센터의 스케쥴 보드. 매일 노인들이 스스로 그날 활동을 결정한다.
    커뮤니티 센터의 스케쥴 보드. 매일 노인들이 스스로 그날 활동을 결정한다.

    세 번째 유형은 ‘노인돌봄 형태(Aged Care)’. 독립주거나 생활보조 형태로 삶을 영위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할 때 정부의 심사를 거쳐 노인돌봄 시설로 옮겨갈 수 있다. 81개 병실이 있으며 고도관리 전용, 치매 전용, 질환자 전용 구역으로 나뉜다.

    ▲진짜 가족이 되는 것이 목표

    루셸파크의 간호책임자 샤론 로빌리아드(Shaaron Robilliard)는 “한국과 같이 가족적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노인이 시설에 가면 힘들어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입주자들이 입주부터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서로를 가족으로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금요일 루셸파크에서 고령으로 숨진 노인을 장의차에 모시는 의식이 있었는데, 입주자들이 도열해서 이를 지켜봤다. 직원들은 관 위에 손수 만든 담요를 덮어주고 작별을 고했다. 우리 모두 그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OCAV는 호주에서도 정부에 의해 ‘혁신기관’으로 꼽힐만큼 노인돌봄에 있어 전문적 체계를 갖춘 모범적인 단체에 속한다. 현재 1000명이 넘게 OCAV 소속 공동체에 입주 대기를 하고 있으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7년 정도를 기다려야 입주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루셸파크의 코디네이터인 맨디 윌리엄슨(Mandy Williamson)은 “호주 또한 고령화라는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고령화라는 문제를 두고 협력해야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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