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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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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자세상] 멸종 따오기, 40년 만에 다시 날았다

1979년 비무장지대서 마지막 관찰
복원사업 10년 만에 창녕서 야생 방사
건강하게 자라 평화의 상징 됐으면

  • 기사입력 : 2019-06-05 08: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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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동요 ‘따오기’ 가사의 일부이다. 동요에 나올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새였던 따오기. 그러나 우리나라 해방 무렵부터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해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후 완전히 멸종했다. 따오기는 어쩌다 우리나라에서 멸종하게 됐을까? 따오기는 청정 환경을 나타내는 대표종으로 논과 같은 습지에서 주로 먹이를 찾는다. 때문에 무분별한 사냥과 농약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및 먹이오염, 습지와 산림의 급격한 감소 등을 멸종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동요에서만 들을 수 있던 실제 따오기의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에서 멸종된 따오기 복원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야생에 방사까지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야생 방사된 따오기가 우포늪 인근 무논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경남신문 DB/
    지난달 22일 야생 방사된 따오기가 우포늪 인근 무논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경남신문 DB/

    따오기는 천연기념물 제198호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에 따라 2027년까지 우선 복원하기로 한 야생동물 25종에 속한다.

    2008년 후진타오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부한 따오기 한 쌍과 창녕군 우포늪에 따오기복원센터가 건립되면서 본격적인 따오기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창녕군은 처음 따오기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간 중국 사육사로부터 사육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증식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이후 국내 조류독감이 발생할 때마다 따오기복원센터의 관계자들이 24시간 밤샘으로 따오기를 지키는 등 많은 정성을 기울여 왔다. 또한 환경부와 문화재청, 경상남도는 각각 서식지외보전사업과 문화재보수정비사업, 따오기복원센터 운영 지원 사업을 통해 창녕군이 따오기를 증식·복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아울러 한중일은 2008년부터 한중일 따오기 국제 세미나를 개최해 상호 증식·복원 기술 교류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추가로 따오기 수컷 두 마리를 기증하면서 복원사업이 가속화됐으며, 그 결과 10년 만에 개체수가 363마리로 늘어나 올해 처음으로 야생 방사를 하게 됐다.

    지난 5월 22일, ‘2019년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 및 세계 습지의 날’ 공동 기념행사가 창녕 우포늪 생태체험관 일대에서 개최됐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지만 행사장에는 따오기 방사를 지켜보고자 1000여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따오기들은 방사에 대비해 비행 훈련, 대인·대물 적응훈련, 먹이섭취훈련, 울음소리 적응훈련 등 3개월 정도의 훈련을 받았다. 방사 방식은 따오기가 몇 달간 훈련하고 있는 야생적응훈련장의 출입문을 개방하면 따오기가 야생과 훈련장을 오가다가 스스로 자연으로 나가도록 하는 연방사 방식을 선택하여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이날 오후 4시 즈음 10여 마리의 따오기를 자연으로 날려 보냈다. 당초 40마리를 날려 보낼 계획이었지만 따오기들이 놀라 야생방사장 안을 맴돌아 복원센터 측이 문을 닫았다. 27일에는 일부 따오기가 복원센터 반경 700m~1㎞ 거리의 우포늪에 안착한 것이 확인됐다.

    따오기의 성공적인 야생 적응을 위해 창녕군은 2010년부터 우포늪 일대 국유지를 대상으로 따오기 먹이터(논 습지, 16ha)와 영소지(숲, 23ha)를 조성했고, 2016년부터는 우포늪 일대 20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따오기와의 공존 홍보와 창녕군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방사한 따오기에 위치추적기(GPS)와 가락지를 착용시켜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따오기 연구자 10명, 자원봉사자 30명, 지지자(서포터스) 40명 등 80여 명이 따오기를 매일 관찰할 예정이며, 여기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여 향후 대체 서식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따오기가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을 경우, 올해 창녕 장마면에 12월 완공되는 천연기념물구조·치료센터에서 응급 대응과 구조·치료를 할 계획이다.

    따오기는 동북아시아 전역에 분포해 중국과 일본, 남북을 오가며 지역 평화와 남북 평화를 상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정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로 유명한 만큼 창녕군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친환경성을 홍보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동식물 가운데 8분의 1인 100만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하나의 종이 멸종됐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 기억을 잃었다는 의미이다”라는 축사를 통해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생물 다양성 유지의 측면에서도 이번 따오기의 방사와 전국 확산이 성공하기를 기원해 본다.


    강명준 환경기자 (마산용마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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