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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선교장의 풍수적 고찰

  • 기사입력 : 2019-06-07 0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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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시에는 배치가 아름답고 역사가 숨 쉬는 명품고택인 선교장(船橋莊)이 있다. 효령대군의 11세손인 가선대부(조선시대 종2품, 문무관의 품계) 이내번(1703~1781)이 좋은 집터를 물색하던 중, 족제비 떼가 서북쪽으로 이동해 송림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현재의 집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도로와 논밭이지만 당시에는 집 앞이 경포호수였기에 배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 다녔다 하여 선교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대궐 밖 조선 제일 큰집으로서 손님이 끊이지 않았으며 접대 또한 후해 아낌이 없었고 만석꾼 부호임에도 겸손하며, 소작인들이 배고픔을 모르고 살게 함으로써 하늘에 덕을 쌓았기에 아직도 건재하니 가히 천복이라 하겠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선행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따른다)’인 것이다.

    선교장은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으로서 조선 후기 건축물의 특징이 잘 보존돼 있으며 1967년 중요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됐다. 주산(뒷산)이자 좌청룡(좌측산)에 해당하는 산을 뒤로하고 우백호(우측산)를 안산(앞산)으로 한 고택으로는 보기 드문 국세(局勢)를 갖추고 있다. 활래정과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으로 청룡과 백호는 횡룡(橫龍·가로로 뻗은 산줄기)으로 뻗어 내려왔다. 비록 백호는 길게 늘어진 형상이어서 안정감과 지기(地氣·땅의 정기)가 다소 부족한 편이나, 청룡은 생동감이 있고 지기도 뛰어나다. 청룡과 백호의 끝에 위치한 활래정은 수구(水口·물이 빠져나가는 마지막 관문)를 좁혀주어 재물이 새는 것을 막고 있다. 활래정은 시기적으로 선교장보다 늦은 1816년에 지어진 정자로서 활수래(活水來), 즉 맑은 물이 끊임없이 온다는 뜻이다. 선교장이 활래정을 바라보지 않고 백호를 향하고 있는 것은 지맥(地脈)에 순행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으며, 기실 바람직한 향(向)의 선택을 한 것이다. 선교장을 지을 당시에는 지금의 활래정과 인공호수가 없었기에 뻥 뚫려 있는 곳을 향으로 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넓은 수구를 바라보면 대문에서 멀리까지 일직선으로 나가는 물인 직류수(直流水)가 되어 재물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혈전수지직주, 천재산이일조(穴前水之直走, 千財散而一朝·혈 앞에 물이 직접 나가면 하루아침에 천만금 재산이 흩어진다)’라 한다. 입구에서 활래정을 지나 솟을대문까지 다다르는 길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휘어지게 해 원활한 동선의 흐름을 만들었다.

    현대주택의 경우에도 대문에서 마당 중앙의 직선으로 곧장 들어가는 것보다 측면으로 휘어진 길의 동선을 만들어야 기(氣)를 교란시키지 않는다.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중요하지만, 땅위의 기운 또한 길(吉)해야 하므로 중앙의 동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물의 배치는 선교장과 같은 ‘ㅁ’자형이 가장 좋지만 기실 답답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ㄷ’자형의 배치를 권장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우면 본채의 좌우측에 나무를 심어 비보(裨補)를 해도 무방하다. 선교장은 솟을대문에서 마주보는 서별당의 외벽을 때린 바람이 자연 순화되며, 좌측으로 작은사랑을 거쳐 사랑채인 열화당으로 들어가는 원활한 동선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중문과 담장이 연결돼 있어 좋은 기운이 집안에 머물 수 있는 구조이다. 안채는 솟을대문을 통해 우측으로 들어가는데, 중간중간에 중문을 설치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종부(안방마님)와 직계 여인들이 거처한 안채는 사생활 보호와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고려해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산진처(山盡處·산이 끝나는 부분) 지점을 ‘ㄴ’자로 절개해 지어진 열화당, 별당, 중사랑, 행랑채(줄행랑) 등이 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ㅁ’자 형의 건물로 이루어져 관쇄가 잘 돼 있는 것이 선교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양택(陽宅·산 사람이 생활하는 건물)은 산진처를 절개한 지점이나 산진처에서 약간 떨어진 평지에서부터 짓는 것이 좋으며, 산진처와 평지가 맞닿는 지점은 빗물과 계곡물로 인해 항상 습기가 차 있으므로 이런 지점은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아니다. 초정(녹야원)은 사랑채인 열화당 후원의 정자인데, 뒤로는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조성돼 땅심을 북돋아주고 있다. 선교장은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전통가옥으로 주변의 산과 들, 나무 등의 자연을 잘 활용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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