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거부의 길] (1601) 제24화 마법의 돌 101

“저는 상관이 없어요”

  • 기사입력 : 2019-06-10 08:08:06
  •   

  • 나츠코는 이재영에게 바짝 매달려 몸부림을 쳤다.

    이튿날 나츠코가 아침을 지었다. 이재영은 차를 마시면서 정원을 걸었다. 시마무라의 집 정원은 넓고 나무도 컸다. 화단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화단에는 샐비어와 국화꽃 같은 가을꽃들이 피어 있었다.

    나츠코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나츠코는 짐을 정리하여 차에 싣고 이재영은 시마무라의 집으로 되어 있는 집을 자신의 명의로 바꾸었다. 나츠코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명의로 할 수 없었다. 일본이 항복했기 때문에 그들의 재산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날짜를 앞당겨 6월10일 매입한 것으로 했다. 시마무라가 죽기 전에 집을 매매한 것으로 한 것이다. 나츠코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먼저 제안했다.

    “짐은 다 실었소?”

    어느덧 오전 11시가 되어 있었다.

    “우선 필요한 것만 실었어요.”

    나츠코가 대답했다. 승용차의 운전석과 조수석만 빼놓고 짐을 가득 실었다.

    “그럼 대구로 가기 전에 식사를 하고 갑시다.”

    “그런데 집을 비워 두어야 하나요?”

    “집을 비워 둘 수는 없고… 서울에 우리 가게가 있는데 직원 보고 관리를 하라고 하는 것은 어떻겠소?”

    서울에는 연락소와 같은 삼일상회가 남대문에 있었다. 이철규라는 먼 친척이 운영하고 있었다.

    “저는 상관이 없어요.”

    나츠코가 눈웃음을 쳤다. 이재영은 그녀가 눈이 부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슬픔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하기야 아이들까지 버리고 조선에 남은 여자였다.

    남대문으로 가서 이철규를 만났다. 그에게 한남동에 있는 시마무라의 집을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집 걱정은 마십시오. 제가 잘 관리하고 있겠습니다.”

    이철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늘부터 관리해야 하네.”

    “예.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이철규는 40대로 몸이 뚱뚱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다. 이재영을 만날 때마다 항상 서울로 진출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이제 서울로 올라오실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뀝니다.”

    “하하. 알겠네.”

    이재영은 유쾌하게 웃었다.

    이재영은 안국동에 있는 요릿집에서 나츠코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요릿집에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세우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애국자인 양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곳곳의 담벼락에 애국강연회, 독립투사강연회 등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