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기고] 한국 영화 100년의 발전, 포스터는…?- 최혜선(하동 금남고 3학년)

  • 기사입력 : 2019-06-10 20:41:14
  •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개봉 첫날 56만 관객을 모으는 등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사로잡아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국 영화는 100년의 역사 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부터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눈부시게 발전해 온 한국 영화 시장은 오늘날 세계 5위라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여, 한층 높아진 한류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톡톡히 알렸다.

    한국 영화의 위상에 비해, 그들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포스터는 여전히 고지식하게 제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당장 영화관에 가서 거치대에 꽂혀 있는 한국 영화의 포스터들을 보라. 이름깨나 들어봤을 법한 유명 배우들이 직사각형의 종이에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비슷한 형식의 포스터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제작된 포스터가 끝없이 나오다 보니 관객들의 예술 수준이 높아진 최근에는 인물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한국 영화 포스터의 몰개성함이 진부하다는 평이 많이 나온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포스터를 제작할 역량은 충분하다. 일례로 이탈리아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의 한국판 포스터는 영화의 동화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여 한 점의 명화처럼 포스터를 디자인하여, 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극찬을 받아내었다. 하지만 이는 몇몇 다양성 영화에서나 허락될 뿐, 국내 상업영화의 메인 포스터에는 언제나 스타 배우가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가 본래 지니고 있는 상업성 때문이다. 어떻게든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을 창출해 내야만 하기에, 투자자들은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해 독특하고 심미적인 포스터를 뽑아내기보다는 그저 스타 배우를 앞세운 관객몰이를 하기에 급급하다.

    허나 포스터라는 것의 본질적 의미는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하여 디자인한 인쇄물이다. 영화의 콘셉트, 즉 영화가 주장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 최우선인 것이다. 이 영화에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를 알려주는 포스터보다는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를 보면서 영화의 내용을 예상할 수 있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이게 이 장면이었구나!’ 혹은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는, 영화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포스터.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한국 영화의 미래 100년을 좀 더 다양하고 독창적인 길로 이끌 수 있는 첫 단추가 아닐까.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영화감독의 시도 때도 없는 주문과 배급사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면서도 포스터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대중 매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영화 100년, 이제는 변화구를 던져 봐도 좋을 때다.

    최혜선(하동 금남고 3학년)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