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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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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4) 제24화 마법의 돌 104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 기사입력 : 2019-06-13 08:12:55
  •   

  • 가게에서 일을 하던 사환의 연락을 받은 류순영은 맨발로 달려와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류순영이 정식의 등을 두드렸다. 정식이 비로소 울음을 터트렸다. 류순영은 정식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식이 군대에 끌려간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진주시내에 나왔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강제로 훈련소로 끌려가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은 뒤에 버마로 끌려갔다고 했다.

    “훈련은 잔인했어요. 교관들이 걸핏하면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 몽둥이로 맞은 것만 수백 대 맞았을 거예요. 엉덩이가 너덜너덜했으니까요.”

    “나쁜 놈들!”

    정식의 말에 류순영도 울고 이재영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식은 버마에서 전투에 몇 번이나 투입되었다. 부대원들이 절반 이상 죽거나 부상을 당한 격렬한 전투를 몇 번이나 했다. 대부분의 전투가 연합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밀림에서 참호를 파고 대항했다. 연합군은 비행기로 폭격을 하고 보병들이 공격했다. 폭탄이 쏟아질 때는 온 밀림이 불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7월에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에서 생활을 하다가 9월1일부터 송환이 시작되어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관부연락선을 타고 조선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식이 버마의 밀림에서 고생한 이야기, 포로수용소 이야기를 하는데 끝이 없었다.

    “일본군은 아주 잔인했어요. 버마인들을 어린아이까지 학살하고 여자들을 겁탈한 뒤에 총검으로 찔러 살해했어요.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일본에 점령되자 더욱 무서운 일이 일어난 거죠. 결국 아웅산을 비롯한 버마인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고 영국의 반격으로 1944년부터 패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버마에 투입되었을 때는 전쟁이 거의 끝났을 때였어요.”

    정식은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하늘이 도왔구나.’

    이재영은 감탄했다.

    “배고프지? 금방 밥할게.”

    류순영은 식모까지 동원하여 밥을 짓기 시작했다. 고기를 사다가 국을 끓이고 생선을 구웠다. 식사를 한 뒤에는 정식에게 쉬게 했다. 정식은 집에 돌아온 것이 꿈만 같다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바람이나 쐬어라. 친구들도 만나고.”

    “예.”

    이재영은 정식에게 용돈을 넉넉하게 주었다. 그때 둘째 아들 성식과 딸이 돌아왔다.

    “형!”

    “오빠!”

    성식과 딸도 학교에서 돌아와 정식을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정식도 동생들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기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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