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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빚- 차상호(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6-17 20: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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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급적 빚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빚은 많다. 우선 살고 있는 집은 정부의 생애 최초 어쩌구 저쩌구를 이용하긴 했지만 결국 은행에서 빌렸고 15년간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고 있다. 차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 문자가 왔는데 할부가 10회차가 남았다고 한다. 내 집, 내 차지만 실상은 은행이나 자동차회사 것이다.

    ▼흔히 빚을 지는 게 좋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빚이 없으면 사라지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 등 금융이다. 시중은행을 예로 들면 이 은행들의 대표적인 수입원은 이자다. 예대마진 혹은 예대금리차라고 하는데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액만큼이 은행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예금 혹은 적금이자가 1%이고, 대출이자가 3%면 2%만큼은 은행이 갖는 것이다.

    ▼재무제표에서 ‘자산=자본+부채’라는 공식이 있다. 부채도 자산의 일부라는 것이다. 올해 재계순위에서도 삼성은 1위를 했다. 계열사 62개, 자산총액 약 415조원이다. 이런 삼성이라고 부채가 없을까? 기업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지 빚을 전혀 지지 않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하지만 빚이 없는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흔히들 경남이 ‘채무제로’를 달성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채무’와 ‘부채’는 달라서 빚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빌린 돈을 제때 갚고 많은 빚을 지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빚을 갚는 데만 매몰되면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없는 상황이 생긴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끌어다가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육아비용이나 교육비용, 먹거리 비용을 쓰는 데 허덕일 수 있다. 최근 경남교육청은 채무상환을 위해 올해 본예산 2000여억원에 더해 추경 예산안에 다시 2000여억원을 더 편성했다. 상환기간이 3년이나 남은 것으로 안다. 재정건전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과연 빚 갚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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