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3월 2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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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 어떤 일 하나

빚내던 인생 빛내는 손길
빚 쫓기다 빛 좇는다

  • 기사입력 : 2019-06-17 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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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 부채가 급증하면서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민 경제 붕괴를 예방하고 금융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경남에서는 영남권 최초로 경상남도금융복지상담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각종 구제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높은 법률 문턱으로 힘겨워하는 도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 A씨는 14년 전 남편 B씨와 결혼해 보증금 500만원, 월세 25만원으로 집을 구해 살림을 시작했고 네 아이의 부모가 됐다. B씨는 외벌이로 나섰지만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 결국 신용카드와 대출을 받았다. B씨는 2015년 근무 중 사고를 당해 이렇다 할 소득이 없어졌고,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아 병원비, 생활비를 충당했다. 대출금 부담에 B씨는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직했고, 결국 직장에서 권고사직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도 교통사고가 나 6개월간 병원에 입원했고 B씨는 아내 병간호와 육아로 일을 하지 못해 부채는 점점 늘었다. B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일용직 소득으로는 도저히 갚아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B씨는 돌아가신 어머니 채무까지 상속받게 됐다. 대부업체에서는 유체동산 압류를 진행했고, B씨는 지난 2월 센터를 찾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센터는 부부의 전 재산이 집 보증금 500만원인 것과 10개월간 월세가 밀린 것을 확인했다. 채무 상환은 힘들 것으로 판단해 파산면책 절차를 돕기로 했다. 센터는 기일이 임박한 유체동산 압류를 막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에 파산면책 서류를 접수했고, 창원지법에 집행정지 신청을 면책 종결 시까지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지난 4월 면책 결정을 받아 채무 상환의 굴레에서 벗어났고, B씨는 파산면책 절차를 진행 중이다.

    #. 남편 직장을 따라 세 자녀와 함께 경남에 자리 잡은 C씨는 큰 풍파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딸이 이혼한 후 종합보험회사를 차리면서 C씨 가족에 변화가 생겼다. 딸은 본인 명의로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익 악화로 C씨 부부와 동생 명의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결국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가족 모두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C씨 부부는 집을 처분해 담보대출을 상환했고, 남은 대출을 모두 끌어안아 월세방에서 대출을 갚아 나갔다. C씨 남편이 주유원으로 일하며 받은 월급 90만원으로는 이자를 납부하기도 버거웠다. 부족한 생활비는 또다시 신용카드로 메꿨다. C씨도 식당일에 나섰지만 허리디스크 수술 중 의료사고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아 대·소변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C씨 남편은 신용회복위원회에 워크아웃을 신청해 1년 가까이 채무를 상환했지만 소득이 적어 정상 납부를 하지 못했고 추심회사의 독촉에 매일같이 시달렸다.

    센터는 고령인 부부가 근로 능력이 없고 가족 모두 채무를 과다하게 보유한 상태라 자녀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어 사실상 채무 변제능력이 없는 것으로 봤다. 센터는 부부가 절차 이행에 필요한 서류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직접 동행하며 서류 발급 등을 지원했고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협력해 창원지법에 파산면책 신청을 했다. 지난 2월 부부 모두 면책 결정을 받아 채무 상환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또 부부의 소득으로 30만원이나 되는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안내했고 입주자로 선정됐다.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지역형 서민금융지원센터 공모계획 지원사업에 따라 경남도가 선정됐고, 경남도는 업무 협약을 통해 센터 설치 및 운영을 경남신용보증재단에 위탁했다. 경남도의회는 센터 운영과 관련한 ‘경상남도 금융복지상담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5월 14일 사무실을 개소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 1년 동안 센터에는 2487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파산면책 관련 상담이 9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용회복 667건, 금융상품 248건, 채권협상 235건 등의 상담이 이뤄졌다.

    센터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어려운 법률 용어, 복잡한 절차 등으로 관련 기관 방문을 망설이는 채무자와 수백만원에 달하는 변호사·법무사 비용을 쉽사리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로 찾았다. 센터는 신청인 개인이 아니라 한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채무 문제는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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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의 주된 업무는 크게 채무조정상담과 재무상담, 복지서비스 안내 등으로 구분된다. 채무조정은 현재 소득으로는 본인의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실질적 변제 가능성을 고려해 연체이자 감면, 원금 일부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절차다. 센터는 채무조정 상담을 통해 개인 파산 및 면책 업무, 개인회생, 개인(프리)워크아웃 업무 등을 신용회복위원회, 법률구조공단, 창원·울산지방법원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저금리 대출 전환을 유도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재무상담은 가계의 수입·지출 관리를 통해 가계 부채가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는 상담으로 재테크 상담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과다한 보험 계약 등을 분석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한다. 또 금융취약계층의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도록 안내함으로써 경제적 실패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센터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자활센터, 행정복지센터 등과 복지서비스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를 찾은 상담자가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와 연계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LH의 전세임대주택 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립을 돕는다.

    현재 센터에는 센터장을 포함한 5명의 상담전문위원이 창구를 지키고 있다. 센터 직원들은 신용보증재단, 경남은행, 신협 등 금융 기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금융 전문가들이다.

    김연숙 상담전문위원은 센터를 ‘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센터를 방문하는 신청인들 가운데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데, 우리나라 복지 체계가 신청주의다 보니 대상자가 되는데도 혜택을 못 받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신청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의 지원대책과 여러 가지 금융 상품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 상담은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 보장, 저금리 연계, 주거 부담 경감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복지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연계해 주는 것이 센터가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예산 범위 내에서 △대부업체 등으로 채권추심을 받는 채무자를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30~50만원) △금융거래확인서, 관공서 발급 서류 등 채무조정서류 발급 비용(1인당 5만원 이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거리가 먼 시군 등의 수요자를 위해 출장 상담을 진행하고 지자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요자를 발굴하는 한편 복지기관과 연계해 복지서비스 지원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경남금융복지상담센터는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 신관 102호에 있다. 경남도민이면 누구나 방문(사전예약)또는 전화(☏716-8171~4)로 무료 상담할 수 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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