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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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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8) 제24화 마법의 돌 108

“어떻게 아내를 버리고 가지?”

  • 기사입력 : 2019-06-19 07: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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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츠코도 서울로 올라왔다. 그녀는 그녀의 집에서 살고 이재영은 장충동에 따로 집을 마련하고 가정부도 두었다. 가정부는 허정숙이라는 여자였다. 허정숙을 가정부로 소개한 이철규의 말에 의하면 일본인 남편이 버리고 갔다고 했다.

    “어떻게 아내를 버리고 가지?”

    이재영은 허정숙이 가련했다. 허정숙은 25, 26세쯤 되었다. 음식을 비교적 잘했다. 그러나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일본인과 부부 사이는 좋았나?”

    이철규에게 물었다.

    “부부 사이가 좋았으면 버리고 갔겠습니까? 아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했어?”

    “허정숙이 미인이 아닙니까?”

    “허정숙은 일본인 남편이 좋았나?”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팔린 모양입니다.”

    “일본인은 왜 부인을 데리고 가지 않은 거야?”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철규의 말에 이재영은 허정숙을 다시 살피게 되었다. 허정숙이 얼굴에 미소를 띠기 시작한 것은 이재영이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부터였다. 이재영이 칭찬을 하면 입언저리에 살포시 미소를 띠었다.

    허정숙은 부지런했다. 빨래며 청소를 항상 깨끗하게 했다.

    허정숙은 밖에서 출퇴근을 했으나 비가 올 때는 빈 방에서 자기도 했다. 이재영은 허정숙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부입니까? 그럼 사장님 여자로 만드세요.”

    대구의 부자로 이재영의 백화점에 투자를 한 부사장 변영태가 집에 왔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합니까? 괜히 오해를 하게….”

    이재영이 손을 내저었다. 혼자 사는 여자니 마음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공연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과부면 임자 없는 여자 아닙니까?”

    “여자를 괴롭힐 생각은 없습니다.”

    “괴롭히다니요? 여자를 즐겁게 해주는 일입니다. 한창 남자를 알 나이에 외롭게 지내고 있는 거 아닙니까? 보시하는 겁니다.”

    변영태의 말에 이재영은 웃고 말았다.

    ‘정말 과부를 건드리는 것이 보시를 하는 것인가?’

    변영태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츠코는 이재영의 집에 와서 자고 갈 때도 있고 이재영이 그녀의 집에서 자고 올 때도 있었다. 나츠코가 빵을 좋아하여 작은 제과점을 차려주었다.

    백화점은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가는 치솟았으나 전쟁이 끝난 것이다.

    이재영은 백화점에서 허정숙의 옷과 화장품을 갖다 주기도 했다.

    이재영은 대부분의 생활을 서울에서 하게 되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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