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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잘 노는 사람- 강지현(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6-19 20: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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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 축구’라는 말이 생겼다.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행이 확정되던 날, 축구를 축제처럼 즐기던 선수와 감독들의 세리머니를 보고 나서다. 승리한 뒤 선수들은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노래했다. 감독은 막춤으로 화답했다. 한국축구의 전통 ‘진지함’은 찾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즐기는 축구’를 몸으로 익혀온 세대는 뭔가 달랐다. 앞서 F조 예선에서 최강팀 아르헨티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향한 정정용 감독의 한마디는 “걍, 잘 놀다 나와”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놀이문화에 인색한 편이었다. 상대방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릴 때 쓰는 말만 해도 그렇다. “잘들 논다” “놀고 있네” 놀다는 단어의 쓰임이 곱지 않아서인지 노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최고의 가치로 배운 ‘근면성실’ 기준으로 보면 노는 것은 죄악.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노는 법을 잊었거나, 놀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재미있게 놀면 왠지 모를 불편함과 죄의식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일중독 로봇처럼 말이다.

    ▼놀 줄 모르면 남의 마음을 읽을 줄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놀아본 사람이 더 창의적이라는 학자도 있다. 일찍이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지혜로운 인간)가 아니라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이란 책의 표지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억울하겠지만, 잘 쉬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

    ▼놀이가 곧 스펙이 되는 세상이 왔다. 수많은 유튜브 스타와 덕후(마니아)들은 놀이로 한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이다. 억지로 하는 일이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재미없는 일은 결과도 좋지 않다. 일을 놀이처럼, 놀이를 일처럼 해야 하는 이유다. 또 놀 때 제대로 놀아야 일도 제대로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면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고 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을 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말이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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