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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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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문학을 사랑하라!- 김종광(소설가)

  • 기사입력 : 2019-06-20 20: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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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이 안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뉴스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허구(그럴 듯하게 꾸민 일)보다 실제 사건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날마다 계속된다. 그 어이없고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들에 대해서 ‘재미’나 ‘흥미진진한’ 같은 표현을 써서는 안 될 테다. 그러나 그 사건들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작태와 대중의 반응을 보면, 너무도 즐기는 듯하다. 어쩌면 그토록 소설보다 더 ‘허구’스러운 일이 실제 남발하는 까닭은 소설을 안 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학 따위가 사람에게 무슨 필요가 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학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시나 소설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10명 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지만 우리 국민이 문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초중고에서 문학교육을 하고, 문학에 최소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문학을 종교처럼 떠받들어 주는 것일 테다. 문학을 ‘긍휼히’ 대우해주는 것이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가장 먼저 태어난 예술은 미술, 음악, 무용일 것이다. 경험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렸든 재미로 그냥 그렸든 동굴 벽화로부터 미술은 발전했을 테고, 신호이든 감정의 반영이든 노래로부터 음악은 성장했을 테고, 제의든 축제든 다 함께 어울리는 행위로부터 무용은 진보했을 테다.

    인류가 문자를 만들어내고서야 문학은 탄생할 수 있었다. 노래를 기록한 것에서 시가 나왔고, 공동체행사 대본으로부터 희곡이 생성되었다. 시로는 담아내기 벅찬 이야기들이 수필이 됐고, 비로소 소설이 됐다. 시와 수필과 희곡과 소설을 평가하는 비평이 나왔다.

    이러한 문학이 없었어도 인류는 별 문제 없이 존재했을까? 아마도 문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사회를 이루기 힘들을 테다. 문학은 감정을 발달시킨다. 개별적인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해타산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다. 하여 타자의 처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존중하게 한다. 배려하게 한다. 또한 문학은 생각하게 만든다. 관념이 고정되지 않도록 문제를 제기한다. 불의와 싸우도록 한다. 모순을 파헤치도록 충동한다. 이 끝없는 감정과 생각 행위, 즉 문학은 대단한 정신노동이다. 인류역사에서 문학하는 자는 언제나 소수였고, 문학이 사회 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늘 유명무실했지만, 사실은 절대적인 균형추이거나 없으면 안 되는 심장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문학과 더불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동물의 무리에 지나지 않았을 테다.

    어느 시대나 일정 수준의 문학인(작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애호하는 독자)은 존재한다. 어느 시대는 문학인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어느 시대는 급격히 상승한다.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문학인이 많은 시대일수록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일 테다. 문학인이 희박한 시대는 야만사회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과 감정을 조율할 줄 모르는 이들만 가득한 사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국어는 의당 가르쳐야겠지만, 국어 가르치듯이 문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문학을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이끌고 다각도로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게 문학교육이어야 한다. 평가의 조건으로,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지문으로, 오로지 하나의 해석만 가능한 것으로, 게다가 억지로,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엉터리다. 그런 식으로 배우니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문학이라면 치를 떨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와 희곡과 비평을 즐길 권리를 청춘들에게 빼앗은 것이다.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차라리 안 가르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문학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하고 자기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문학을 즐길 테다.

    감정지수가 0인 듯한, 상식이 아예 없는 듯한, 타인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시나 소설을 읽고 감동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은 이들이 등장하는 파란만장한 뉴스는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라.

    김종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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