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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희생양- 강진태 (진주 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06-23 20: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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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 20여명이 희생된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조현병 환자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법적, 제도적 미비가 얼마나 큰 일로 비화될 수 있는지를 일깨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기자는 사건발생 후 희생된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이 사건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많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 사건 발생 전 현장 출동 경찰관 등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큰 사건이 발생하면 마무리 단계에는 꼭 책임을 질 희생양을 찾는 게 순서니까.

    경찰은 사건에 앞서 피해자 등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소극적인 대처로 사건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유족들의 반발과 여론의 비난을 받고, 소속 경찰 36명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려 2개월 가까이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팀은 안에 의해 목숨을 잃은 윗집 피해자와 가족들의 신고가 반복됐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에 앞선 총 8번의 신고 중 4번의 신고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관련 경찰관 11명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들 중 감찰대상자를 정한다. 사실상 징계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당장 경남경찰직원협의회가 진상조사단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진상조사는 지휘부의 책임과 반성 없이 현장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내부 불만이 터진 것이다. 위원회에 넘겨진 11명의 경찰관들은 모두 경위 이하의 하위직들이다.

    이들의 불만은 미비된 법과 제도에 따른 경찰관들의 행동에 대해서만 비난하고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경찰들의 항변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를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건 전 신고된 ‘층간 소음으로 안이 찾아온다, 격리시켜달라’, ‘딸을 찾아와 욕을 하고 집 앞에 오물을 뿌렸다’ 등의 행위는 현재 제도로는 사실상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안인득의 잦은 말썽에 무거운 처벌이나 격리가 필요하다는 심증은 있지만, 신고된 사항 자체로는 그를 당장 구금하거나 강제로 병원에 보낼 수도 없다.

    만약 경찰관이 규정에 없는 조치를 했다면, 그는 당장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책임은 강하게 묻되 또 다른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출동 경찰에 대한 처벌보다는 미비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보완하는 게 동일 사건을 예방하는 지름길로 생각된다.

    강진태 (진주 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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