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학생인권조례 제정 포기' 의미와 전망

학생인권 지역사회 공론화 ‘절반의 성공’
박 교육감 “정책 포기는 아니다”
학생인권지원센터 조성 추진

  • 기사입력 : 2019-06-25 21:30:04
  •   
  •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공을 들였던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더 이상 조례 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경남에서 3번째로 추진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세 번째 고배를 마셨다. 아울러 한동안 지역사회를 달궜던 찬반공방도 일단 멈추게 됐다.

    하지만 박 교육감은 ‘우회 정책’을 통해 인권 친화적 교육 환경 조성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종훈 교육감이 25일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도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이 25일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도교육청/

    ◆3차례 무산=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처음 추진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경남교육연대 등이 조례 제정을 촉구하면서 이듬해인 2009년 교육위원회 청원까지 갔지만 무산됐고, 2012년 도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재추진됐지만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박 교육감은 최초 조례안에서 공청회 등을 거친 수정안을 지난 4월 도의회에 제출됐지만 지난 5월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도의회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6월 도의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과 광주, 전북에서 시행 중이며, 여러 시도에서 제정이 추진 중이다.

    ◆찬성과 반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을 지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자는 기본 정신 아래 복장과 두발 자유화를 비롯해 학생인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찬성 측에서는 학생 역시 인권을 갖고 있다는 당위에 더해 교육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학생인권 강화는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성적하락 등 부작용이 많다고 맞서고 있다.

    ◆잃은 것과 얻은 것= 박 교육감이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을 스스로 거둬들이면서 정치적인 내상을 입게 된 것은 자명하다.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정책 포기에 따른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하고 찬성한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지도 숙제다.

    1기에 이어 2기 1주년을 앞두고 주요 정책을 포기하면서 향후 다른 공약사업 추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조례 제정에는 실패했지만 찬반 대립과 도의회 내에서의 공방을 통해 그 자체로 학생인권에 대한 ‘공론화’를 이끌어 낸 것은 성과다.

    박 교육감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조례 추진 과정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폭넓은 담론이 형성되고,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교육부가 학생인권 보장 법제화를 위한 정책연구에 나서는 등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목적이 아닌 수단= 박종훈 교육감이 ‘조례 제정’은 포기했지만 ‘정책 포기’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육감은 ‘인권 문화적 학교 문화 조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례 제정이라는 수단 대신 ‘교육인권경영’을 내세웠다.

    인권위원회가 지자체에 권고하고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와 공기업에 확산되고 있는 ‘인권경영’ 개념을 학교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인권경영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갑질까지도 해소해내겠다는 게 박 교육감의 포부다.

    박 교육감은 학생인권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학생인권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기존 운영 중인 ‘교권보호센터’와 함께 학교현장의 인권의식을 높일 계획이다.

    ◆전망= 학생인권이든 교육인권이든 실제 학교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교규칙(교칙)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상위법에 근거한 조례일 뿐이어서 교칙을 바꾸게 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박종훈 교육감은 “학교규칙은 학교운영위 의결을 통해 만들어내는 학교의 규정이고, 학교장은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 행정기관”이라며 “학교규칙을 좀 더 인권친화적으로 바꾸는 권한은 교육감에게도 부여돼 있다”고 말했다.

    정책과 권한을 병행해 교칙을 인권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와 함께 상위법 개정에도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박 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가 협의했고 관련 시행령이 개정될 것으로 본다”며 “교육청과 정부가 함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 경남이 그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