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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의령 자굴산 자락서 생태농장 운영하는 조윤영·김애연 부부

자연 속에서 새 키우며 새로운 꿈도 키우는 부부

  • 기사입력 : 2019-06-27 20: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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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는 마당 잔디 속에 숨은 풀을 뽑아내고 남편은 아이들의 부모 세대가 자신들 또래 당시 즐겼던 놀이를 재현할 장난감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다지 바쁘지 않는 안빈낙도의 삶 같지만 수면 위의 오리가 물속에서 부지런히 갈퀴를 휘젖듯 실생활은 그리 느긋하지 않다.

    의령군 대의면 중촌리 마전마을에서 농촌교육농장인 ‘청아생태농장’을 운영하는 조윤영(56)·김애연(50) 부부의 삶이다.

    의령 자굴산 자락에서 청아생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윤영·김애연 부부가 새 깃털로 멋을 냈다.
    의령 자굴산 자락에서 청아생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윤영·김애연 부부가 새 깃털로 멋을 냈다.

    의령읍에서 승용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청아생태농장은 사라지는 추억을 재현하는 흑백영화관 같은 곳이다.

    자굴산 자락,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곳에 터를 잡은 청아생태공원은 서울서 귀촌한 부부가 어린이들과 함께 자연 그대로의 생태 르네상스를 꿈꾼다. 3000㎥ 규모의 농장에서는 주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생태교육, 공예체험, 환경학습, 전래놀이교육이 이뤄진다.

    이곳 자연생태교육 테마는 특이하게 새(bird)다. 그 많은 테마 중 굳이 새를 선정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이들 부부의 귀촌 초기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부가 의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 10월이다. 서울에서 철강회사 무역부에 근무하던 남편 조씨는 회색 빛 도시가 싫었다. 사내에서 김애연씨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그는 아내와 의논 끝에 김씨의 고향인 포항으로 전근을 자청해 한동안 생활했지만 끝내 회사생활을 접었다.

    이후 그가 선택한 길은 창업이었다. 창업의 꿈을 좇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물색하다 귀촌한 곳은 하동이었다. 1년 정도 기거한 집의 주인은 관상조류 사육가였고, 조씨 부부가 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려온 경남도농업기술원 간부공무원의 얘기가 그를 관상조류 사육 사업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관상조류 산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고 일본시장도 크게 열릴 것”이라는 공무원의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조씨는 즉시 새와 인연을 맺었다.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방 한칸에서 각종 관상조를 키웠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만큼 관상조 산업이 활성화된 일본시장에 수출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새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는 조윤영씨.
    새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는 조윤영씨.

    본격적으로 새 사육을 하기 위해서는 자리를 옮겨야 했다. 도내 곳곳을 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천하에 연고라고는 없는 의령의 현재 터다.

    천신만고 끝에 시작한 새 사육장에서 그는 사랑새 십자매 금화조 호금조 문조 등 수십 종의 관상조류를 본격 사육했다. 수년 새 새는 1만5000수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 없다던가. 사육농가가 갑자기 40~50곳으로 난립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설상가상, 2005년 AI(조류인플루엔자)라는 핵폭탄이 터졌다. 함께 데려온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일본시장 수출가격도 형편없었다. 포기하는 게 나았다. 조씨는 자신의 새를 트럭에 싣고 전국의 새 도매상을 돌며 새로운 거래처를 뚫었지만 큰 비전은 없겠다는 회의감이 들었다.

    “고생 참 많이 했어요. 그래도 함께한 고생이라 오히려 즐겼어요.” 아내 김씨의 얘기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 짐작 가는 대목은 모두 생략한 채 당시 상황을 담백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됐다.

    새 사육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고된 일이다. 부부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하거나 집안 행사 등에 참석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아이 둘이 대학공부를 마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매달려야 할 생계원이었다. 차남까지 졸업하자 부부는 마침내 관상조 사육업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그리고 새로 도전한 분야가 현재의 자연생태농장이다. 생태농장 프로그램의 테마를 새로 정한 이유는 이런 귀촌과정과 맞닿아 있다. 교육테마가 새인 만큼 몇 마리의 잉꼬와 왕관앵무, 모란앵무 등이 토끼, 칠면조, 청둥오리, 닭 등과 함께 농장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4년 새 사육으로 우수 농업경영체 대상을 수상한 이력을 접고 2017년 정식으로 농촌교육농장 지정을 받은 부부는 아이들에게 생태환경 보전의 중요성과 잊혀져 가는 옛 놀이를 되찾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농장 내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부.
    농장 내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부부.

    농장 내 민속놀이 기구는 모두 조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교육장 한편에는 그가 직접 만든 딱총과 실뜨기 도구, 쥐불놀이 기구, 팽이, 비석치기 돌, 공기놀이, 장구, 북 등이 가득 쌓여 있다. 낚싯줄과 나무, 송진 등을 이용해 개구리 소리가 나게 한 악기는 매우 이색적이다. 그의 놀이기구에 딱히 인위적이라고 할 것은 없다. 모두 자연에 내버려진 것이거나 자연에서 취한 것들이다. 새의 깃털로 부채를 만들고 모자도 만들었다. 벽면을 가득 메운 벽화는 아내 김씨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2019년에는 부부가 의령농업대학에 입학해 농촌관광과정과 전래놀이 지도사 자격과정도 이수했다.

    학습장 벽 한 곳에 질서정연하게 내걸린 22개의 각종 대회 상장과 이수증에는 자연환경해설사로도 활동 중인 부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상장 가운데 경남도농업기술원이 주관한 농업교구경진대회 대상과 관광기념품 공모전 입상 등이 눈에 띈다.

    매년 2000~3000명의 학생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한 번에 100여명이 교육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바쁜 일정이지만 부부는 그런 일상을 즐기는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세계에서 함께 교감하고 자신의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겠느냐고 토로한다.

    “늘 마음 한편이 외로웠던 서울생활을 접고 의령으로 온 게 너무 잘한 일 같아요. 부부가 함께 같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아요. 어떤 이는 늘 함께 붙어있는 게 지겹지 않느냐고 묻지만 웬걸, 좋은 게 너무 많은데요.” 조씨보다는 상대적으로 활달해 보이는 아내 김씨의 얘기다.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납니다. 가끔씩 희귀한 새도 오죠. 소리만 듣고도 어떤 새가 찾아왔는지 쉽게 알아차릴 정도가 됐죠. 최근에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검은 해오라기, 하늘다람쥐가 집 주변으로 찾아왔지요. 정말 경이롭고 신비롭습니다.”

    매일 자연과 대화하며 꾸미지 않은 삶을 추구한다는 조윤영·김애연씨 부부. 그들에게 자연은 삶 그 자체다.

    글·사진= 허충호 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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