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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따옥따옥 따옥 소리-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7-01 20: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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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따오기가 방사된 후 한 달이 넘었다. 방사된 40마리 중 암컷 2마리가 폐사했지만 대부분의 따오기들은 방사장 주변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인근 숲에서 잠을 자며 자연에 무난히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79년 비무장지대 부근에서 목격된 후 우리 땅에서 사라진 따오기. 따오기들은 왜 이 땅을 떠났을까? 급속한 산업화와 농약 사용 등으로 먹이와 서식지가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따오기의 천적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오기가 사라진 40년 전에 비해 이 땅의 자연환경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쓰레기와 유해물질 배출로 하천과 강, 바다의 수질은 오염되고, 각종 개발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요즘도 하천이 오염되고,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논밭에는 농약과 제초제가 뿌려지고 있다. 지난달엔 한창 푸른색을 띠어야 할 논두렁의 풀들이 제초제 때문인지 누렇게 말라죽은 모습을 보며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5월 방사된 40마리의 따오기들은 자연 복원을 위한 선발대라고 할 수 있다. 따오기복원센터는 따오기들의 등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자연 적응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들은 추가 방사 등 따오기 복원 작업에 활용된다. 또 따오기 방사장 주변엔 우포늪과 먹이터인 16ha의 습지, 둥지터로 쓰일 23㏊의 숲이 조성돼 따오기의 자연 적응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방사 따오기들 중 상당수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 죽기도 할 것이다. 복원센터도 첫 방사된 따오기의 생존율을 3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9차례 254마리를 방사해 초기 3년간 생존율이 40% 수준이었다.

    따오기들이 예전처럼 이 땅에서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서식지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염과 개발로 먹잇감과 숲이 사라진다면 따오기도 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따오기를 위해 서식지역의 농사를 친환경농업으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사된 따오기들은 복원센터에서 생활할 때와 같이 여전히 사람의 보호를 받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서식지에서 사람이 풀어놓은 미꾸라지를 먹으며 산다. 따오기들이 사람의 도움 없이 야생에서 잃었던 본능을 되찾아야 복원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오기 자연 복원의 완성은 스스로 먹이를 찾고, 자연부화를 통해 개체수를 3000마리 정도로 늘려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의 경우 따오기의 자연 방사 이후 정착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따오기 복원이 성공하면 따오기를 소재로 한 생태관광이 이뤄지고, 따오기가 서식지의 깨끗한 환경을 증명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판매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40년 전 따오기를 이 땅에서 떠나게 했던 사람들이 다시 따오기를 이 땅에 데리고 왔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따오기들이 다시 떠나지 않도록 오염된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동요 ‘따오기’의 노랫말이다. 몇 년 후 ‘따옥따옥 따옥 소리’는 우리에게 어떻게 들릴까?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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