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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왜 국내 정치에선 과감한 정치적 상상력 없나-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19-07-04 2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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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한 것은 분명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역사적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청와대에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현 정부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과 목표는 무엇인가? 통상 정책은 개념에서 시작한다. 개념이 명확하고 정확해야 정책 목표가 분명해지고 국민 소통이 원활해진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개념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면 목표는 흔들리고 정책 효과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정책을 둘러싼 정치 갈등은 심화된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올해 1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공유된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하노이 2차 북미 회담 결렬의 핵심 이유일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12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핵 생산 시설과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최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는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변 핵심 시설만 제거해도 북한 핵 능력은 거의 사라지고 비핵화가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처럼 들린다. 정부의 비핵화 개념이 흔들리고 핵무기와 핵 물질이 폐기되지 않은 채 비핵화 협상이 종료되면 북한은 핵보유국이 된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에서 시작해 평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관심은 북한의 비핵화 조건이 아니라 북한이 문 대통령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개념에 충실히 따를지 여부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비핵화가 이뤄지는가?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담을 수차례 했다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에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시종일관 체제를 보장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한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과는 결이 다르다. 분명, 북한의 비핵화는 김정은 의지와는 상관없다. 따라서 정부는 북핵에 대해 감성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셋째, 문 대통령은 국내정치에서 왜 기존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협치와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가? 문 대통령은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은 기존의 외교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0년 한 해 동안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청와대에서 세 번 단독 회동을 했다. 6월 17일에 6·15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기 위해, 6월 24일에는 의사들이 파업하는‘의료대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회동했다. 10월 9일 회동에서는 경제·남북문제 등 시급한 국정현안 해결을 위해 공동협력하고 영수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상생과 대화 정치 복원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깜짝 회동을 해서 판문점 회동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민생경제, 남북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파격을 보일 때다.

    그래야만 정치 협치도 복원되고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질 것이다.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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