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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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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다 간 글쟁이 이야기
김인선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1만6000원

  • 기사입력 : 2019-07-05 08: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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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 말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등의 잡지사 기자 김인선은 뛰어난 문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마흔 무렵 가세가 기울어 일찌감치 산골 마을로 낙향한 이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으며 평생 빚에 쫓기며 살았다. 지난해 그가 급환으로 홀연 세상을 떠나자, 평소 그의 글재주를 알고 사랑하던 이들이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 책을 기획했다. 그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산문과 그가 온라인에 남겼던 글, 출판을 계획하고 집필하던 괴담 형식의 글을 선별해 엮였다.

    서울토박이였던 그는 산골에서 지내면서 뜻밖에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회고한다. 도시의 바쁘고 시끄러운 일상을 견디기 어려워하던 그는 산과 들에 핀 온갖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을 재발견한다. 자연에 대한 그의 연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꽃 한 송이도 꺾지 못해 망설이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며 길가의 죽은 고라니까지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작성된 시기에 따라 계절별로 엮은 이 책에는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 농촌의 인간군상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함께 곤궁한 생활을 버티게 하는 허풍,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 현실과 꿈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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