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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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못 줘” 도내 역전세난 심화

버티는 집주인, 애타는 세입자
“세입자 없어서” “대출 못 받아”
집주인 돈 안줘 세입자 발동동

  • 기사입력 : 2019-07-08 2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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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감소에 따른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경남도내에서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역전세난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금반환보증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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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경남신문 DB/

    ◆‘전세금 환급 부도’ 잇따라= A(34)씨는 지난 2016년 말 김해시내 69㎡ 전세 아파트를 1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계약 만료일을 4개월 앞두고 A씨는 부산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자신이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고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전셋값이 많이 떨어져 당장은 어렵다. 만료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전세가는 계약 때보다 5000만원 떨어진 상태였다. A씨는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4개월을 버텼으나 계약 만료일인 지난해 12월이 되어서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전셋값은 8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A씨는 7월 현재 전세 보증금 1억6000만원 중 4000만원만 돌려받은 상태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들어와야 돌려줄 수 있다’, ‘대출받을 곳이 더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법적 대응하고 있지만, 전세금을 언제 돌려받을지는 미지수다. A씨는 “타지역에 사는 집주인이 ‘갭 투자’(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로 경남 아파트 6채를 산 것으로 안다. 나 말고 다른 1명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통사정도 해봤고 공인중개사, 변호사를 동원했지만 전혀 눈 깜짝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창원 의창구 한 아파트를 2년 전 전세 계약한 B(41)씨도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4000만원가량 떨어진 탓에 1억여원의 보증금을 3개월째 돌려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B씨는 “2년 전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였고 실제 입주하고 난 뒤에도 올랐다”며 “때문에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전입신고 뒤 확정일자만 받아놨다. 이렇게 떨어질지 누가 알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도내 전셋값 19개월 연속 내리막= 도내 전셋값은 19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경남의 전세가격지수(2017년 11월 100 기준)는 2018년 6월 97.6에서 지난달 92.8로 떨어졌다. 지표상 변동률은 실거래가에도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해시 외동 2250가구 규모 59.95㎡ 아파트 전세는 지난 2017년 6월 1억3000만원~1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8000만원~1억원까지 떨어졌다. 창원 의창구 630가구 84.87㎡ 아파트 전세가는 같은 기간 2억4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1억7000만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전세 계약 이후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경남 도내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받지 못해 공사에 신고한 사고 건수는 지난 2018년 전체 20건(33억1400만원)에서 올해 5월 말 기준 34건(53억9800만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보증보험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사고 건수 증가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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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경남에서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해 HUG에서 대위 변제해준 건수도 지난해 13건(22억4900만원)에서 올해 5월 기준 29건(49억500만원)으로 건수, 금액 모두 두 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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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금 안전장치 강화를= 전셋값 하락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방의 전셋값이 전년말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매매가격도 0.9% 동반 하락하면서 역전세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남은 하반기 입주 물량이 누적돼 역전세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세입자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대항력을 얻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권리인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반드시 받아놓고, 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임차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이달 말부터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을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전세계약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가입 가능하도록 개편한다. 계약기간 이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전세금 반환 소송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 등을 받을 수 있다.

    창원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 하락과 대출규제 영향으로 당분간 경남지역 역전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입자가 계약 만료 때 보증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보증보험 등 2중,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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