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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편지와 늦게 가는 카카오톡- 김승(시인)

  • 기사입력 : 2019-07-10 2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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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단어 ‘편지’를 떠올린 것은 옛날 노래책 뒤에 붙어 있던 해외 펜팔 주소를 보면서다. 필자도 초보적인 영어로 해외에 있는 알 수 없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고 받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떨어진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고받은 편지, 그렇게 유일한 소통창구이던 편지라는 단어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죽은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 앞에 앉은 일곱 남녀 가운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이 스마트한 문명을 용서해 줄 수 있다/ (최영미 시인의 시 ‘지하철 유감’ 중에서)

    위의 시인이 탄식했듯이 요즘 세대는 모두 휴대폰으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휴대폰으로 신문을 읽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도 보며, 사랑도 휴대폰으로 한다. 통화보다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모티콘이라는 상품화된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는 데 더 익숙해져 있다.

    우리의 시대와 그들의 시대가 다르다고 가르치려 들거나 훈계하려 하지 말자. 우리가 쓰던 방식과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이니까.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는 편지를 보내놓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답장이 올 때까지 감정의 떨림을 간직하며, 그 시간 사이에 감정이 익어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감정의 숙성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충동성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이 충동성을 줄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카카오톡이라는 즉각적 소통의 편리함에 편지의 기다림과 설렘을 더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보내고 싶은 기간을 정해 늦게 가는 카카오톡을 개발한다면 받은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늦게 오는 톡을?’ 하는 기다림과 설렘을 갖게 되고 보내는 사람도 오늘 밤 감정이 내일 아침이나 일주일 뒤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색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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