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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베트남에 대한 죄송함과 고마움-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7-10 2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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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5년 10월. 전쟁을 치르던 미국과 월남정부가 우리 정부에 전투부대 파병을 정식 요청하자 정부는 1개 규모의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1966년 2월 또다시 월남이 전투 병력 증파를 요청하자 그해 9월과 10월 장병들이 월남에 상륙해 작전에 투입됐다. 파월 한국군은 해병 청룡부대, 육군 맹호사단·백마사단·건설지원단, 해군 백구부대, 공군 은마부대 등으로 병력은 4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월남에서 많은 작전과 대민 지원을 수행했다.

    ▼파월장병들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큰 성과를 올렸지만 반대로 많은 피해를 주기도 했다. 월맹과의 전투에서 5000명이 넘는 한국군이 목숨을 잃었지만 역으로 수많은 월맹군을 죽여야만 했다. 월맹에 협조한 민간인은 누구나 학살 대상이었을 것이다. 밀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에서 한국군은 용맹했지만, 그 용맹을 지키기 위해 잔인한 작전과 엄청난 살상을 감행해야만 했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국교를 수립한 이래 경제 분야에서 수많은 발전을 이어왔다. 인건비 상승 등 국내사정이 어려워지자 해외공장 설립이 시급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베트남은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했다. 시골총각들이 결혼하지 못해 농촌이 피폐해지는 현실이 심화됨에도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대한민국 아내·며느리’를 자청하며 입국해 아들·딸 낳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고마운 베트남 국민들에 보답이라도 하듯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려 놓았다. 우리 기업에 취직한 베트남 청년들은 새로운 꿈을 키우는 등 우호 분위기가 한껏 고양돼 왔다. 그런데 베트남 아내를 무지막지하게 폭행한 사건이 국내서 발생해 베트남과 우리의 모든 긍정요소가 살얼음판 위에 놓였다. 베트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모든 인류에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베트남 국민에게는 죄송함과 고마운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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